북한이 2017년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발사하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핵무기 사용의 조건을 더 명확하게 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에 대해 동맹국들은 미국의 핵억지력이 약화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9일 보도했다.
보도를 보면, 바이든 행정부는 유럽과 아시아의 동맹국들에 미국의 핵태세 검토가 ‘핵선제불사용’ 정책을 채택하려는 의도가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핵선제불사용 정책은 말 그대로 핵무기를 먼저 쓰지 않고 핵공격을 당했을 때만 사용하겠다는 정책이다. 중국은 핵선제불사용 정책을 공개 표명했지만, 미국은 한 번도 이를 핵정책으로 채택한 적이 없다.
대신 바이든 행정부는 이른바 “단일 목적” 원칙을 다양한 방식으로 고려한다고 밝히고 있다. 단일 목적이란 핵무기의 용도를 적국의 핵공격 억제로만 제한하는 것이다. 핵 사용의 조건과 환경을 좀더 제한적으로 명확하게 규정해, 핵전쟁 발발의 위험을 낮추겠다는 뜻이다. 이는 핵 사용의 범위와 대상, 조건을 의도적으로 불분명하게 남겨놓는 미국 전통적인 핵정책인 ‘전략적 모호성’과 대비된다.
그러나 이런 바이든 행정부의 입장에 대해 동맹국들은 최근 러시아와 중국이 공세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전 일본 외무상인 고노 다로 자민당 의원은 최근 헤리티지 재단 행사에서 “중국과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핵전문가 패티-제인 겔러는 “중국이 핵능력을 증강하고 있는 민감한 시기에 왜 핵억지력을 약화하려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미국 의회 관계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병력을 집결하고 있는데 미국의 핵정책 변경은 푸틴은 물론 우리 동맹국에도 최악의 메시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군비통제 옹호론자들은 “핵정책을 좀 더 명확하게 하는 것이 안정성을 높이고 핵 갈등과 충돌 위험을 낮춰 줄 것”이라며 환영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국들의 우려가 거세자 이를 완화하기 위해 몇 가지 대안도 마련하고 있다. 하나는 미국의 핵사용 조건에 적국의 핵공격뿐 아니라 재래식 무기의 “생존 위협”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정도로 동맹국의 우려를 완전히 잠재우진 못하고 있다. 한 동맹국 관리는 “‘생존 위협’이란 용어 하나 추가한 것으로는 우리의 안보불안을 달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고려하는 또 다른 대안은 ‘단일 목적’ 대신 ‘근본 목적’을 도입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핵무기의 주요 목적 또는 근본 목적은 적국의 핵공격을 억제하는 것’이라고 기술하는 방식으로 약간의 모호성을 남겨놓는 것이다. 전략국제연구센터(CSIS)의 로버트 수퍼는 “바이든이 이른바 ‘근본 목적’이란 용어가 원안을 가장 덜 훼손하는 대안으로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핵태세 검토 보고서는 다음달 발표될 예정이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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