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모니카 부두에 인파가 모인 모습. 5월31일 촬영했다.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인구가 지난 1년간 건국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인 0.1% 증가에 그쳤다.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사망률이 늘고 이민자는 감소했는데, 출산율마저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 인구통계국은 21일 2020년 7월~2021년 7월 사이 인구 변동 추계치를 발표했다. 이 기간에 미국 인구는 39만2665명 늘어나 3억3180만명이 됐다. 미국의 인구 증가 수가 100만명 밑으로 떨어진 것은 1937년 이후 처음이다.
인구통계국의 크리스티 와일더는 “지속적인 출생률 저하와 유입 이민자 감소, 노령 인구 증가에 따른 사망률 증가로 인구증가율은 감소세를 보여왔다”며 “여기에 코로나19 충격이 보태지면서 인구증가율이 역사상 전례 없는 수준으로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윌리엄 프라이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 펠로는 “인구증가율 감소는 예상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며 “코로나19가 우리 사회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는데, 이제는 인구 통계도 예외가 아니라는 게 드러났다”고 했다.
이 기간에 출생자에서 사망자를 뺀 인구의 자연증가는 14만8043명, 외국에서 미국으로 이주로 인한 증가는 24만4622명이었다. 이주민의 증가 수가 자연증가보다 많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코로나19 확산은 특히 출산율에 직격탄을 날렸다. 린다 칸 뉴욕대 교수는 최근 ‘지난해 3월 아이를 가지려고 했던 여자들 중 절반가량이 코로나19가 확산된 지 몇달도 안 되어 임신 계획을 포기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칸 교수는 “여성들이 코로나19 피해를 더 크게 입었다. 일자리를 잃거나 포기하고 종종 아이들을 위해 홈스쿨링을 해야 했다”며 “여성들에 대한 압력은 매우 컸지만, 정말 필요한 사회안전망은 없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는 이 시기 미국인 사망 원인 3위에 올라 사망자 증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외국 이민자의 유입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국경 통제 강화 등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7만7천명)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미국은 올해 전반기 내내 멕시코와 캐나다 국경에서 이뤄지는 사람들의 이동을 필수적인 경우를 제외하곤 통제했고, 외국에 주재하는 영사관의 4분의 3을 폐쇄해 입국 비자 발급을 줄였다. 코로나19 확산이 심한 나라에 대해선 입국금지 등의 조처로 출입을 막았다. 외국 이민자는 100만명이 넘었던 2015~2016년을 정점으로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였지만, 코로나19가 이런 추세에 부채질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역별로 보면, 33개주의 인구가 늘어났다. 인구가 많이 늘어난 지역은 아이다호(2.9%)·유타(1.7%)·몬태나(1.7%) 등 서부 산악 지역이었다. 이는 주로 국내 인구 이동에 의한 것이었다. 반면, 17개주와 워싱턴특별구에선 인구가 줄었다. 워싱턴특별구는 2.3% 감소했고, 뉴욕(1.6%)·일리노이(0.9%)에서도 줄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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