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리고 차베스 코스타리카 대통령당선자가 4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산호세/EPA 연합뉴스
세계은행 재직 당시 성희롱으로 징계를 받았던 적이 있는 로드리고 차베스(61)가 코스타리카 대통령에 당선됐다.
차베스는 4일 당선 확정 뒤 연 기자 회견에서 자신의 승리가 소외된 사람들의 “혁명”이라며 기염을 토했다. 그는 스스로 보수적인 성향의 사회민주진보당(PPSD)를 창당해 대선 후보가 된 사실을 들며 “자원도 없고 집권 경험은 물로 의회 의석도 없는 신생 정당이 어려운 선거전을 승리로 이끌었다”고 말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사회의 혜택을 거의 못 받은 이들에게 더 기회를 부여하라는 사람들의 요청이 투표에서 나타났다”고도 말했다.
그는 지난 2월 열린 대선 1차 투표에서 2위를 기록했으나, 3일 열린 대선 결선에서 국가혁명당(NLP)의 호세 마리아 피게레스 후보를 52.9% 대 47.1%로 승부를 뒤집어 대통령에 당선됐다. 차베스 당선자는 오는 5월 8일 카를로스 알바라도 대통령의 뒤를 이어 취임한다.
그는 선거 기간 반기득권 이미지를 내세워 지지를 받았으나, 앞길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중미에 있는 코스타리카는 주변 나라와 비교해 정치적으로 안정돼 있으나, 만연한 부패와 높은 실업률 등 많은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속한 정당이 지난 2월 의회 선거에서 57석 중 10석을 얻는 데 그쳐, 의회의 지지를 얻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그는 과거 세계은행 간부로 재직할 당시 여러 여직원을 성희롱한 혐의로 징계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당시 세계은행의 내부 조사 결과 차베스 당선자는 2008년~2013년 사이에 부하 여직원의 외모에 대해 함부로 평가하고 부적절한 성적 언급과 행동을 거듭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그는 혐의를 부인해왔다.
반면 1994년~1998년 사이에 코스타리카 대통령으로 재직했던 상대 후보인 피게레스도 뇌물 수수 의혹 등으로 부패 이미지를 떨치지 못했다.
이런 이유 등으로 이번 선거 투표율은 50%대에 그쳤다. 정치 분석가 프란치스코 바라호나는 두 후보의 네거티브 공방이 유권자들의 투표 열의를 떨어뜨렸다고 말했다고 <에이피>는 전했다. 그는 “많은 사람이 차베스와 피게레스 중 한 명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당혹스러워했다. 많은 유권자가 아무도 안 찍겠다, 투표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 선거였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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