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아프간 호스트에서 주민들이 파키스탄군의 공습에 항의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호스트/AFP 연합뉴스
탈레반이 지난해 8월 아프가니스탄에서 집권한 이후 아프간과 파키스탄 사이에 국경을 둘러싼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파키스탄 공군은 16일(현지시각) 아프간 국경 인근의 쿠나르와 호스트 지역에 대해 공습을 감행했으며, 이 공격으로 민간인 등 42명이 숨지고 22명이 다쳤다고 <뉴욕 타임스>가 17일 지역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아프간의 탈레반 정부는 즉각 반발했다. 대변인 자비훌라 무자히는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에미리트는 파키스탄이 호스트와 쿠나르에 거주하는 난민을 공격한 것을 강력히 비난한다”며 “파키스탄이 그런 문제로 아프간의 인내심을 시험하지 말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파키스탄은 공습 여부에 대해선 아무 언급도 하지 않았다. 파키스탄 외교부는 오히려 “파키스탄은 지난 몇 달 동안 아프간 정부에 국경지역의 안전을 확보해줄 것을 요청했다”며 “테러 집단이 파키스탄에서 작전한 뒤 처벌받지 않고 아프간 영토를 이용한다”고 화살을 아프간 탈레반 정부로 돌렸다.
아프간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파키스탄 서북쪽 지역은 오랫동안 파키스탄 당국에 의해 불법화한 파키스탄 탈레반, 이른바 ‘테리크 에 탈레반’(TTP)의 온상이었다. 이들 파키스탄 탈레반은 아프간 탈레반과 비슷한 이념과 종교적 신념을 공유하고 있지만, 엄연히 별도로 활동하는 다른 단체이다.
파키스탄 탈레반은 2000년대 중반부터 파키스탄에서 테러 활동을 벌여 왔다. 2009년엔 파키스탄 군대의 본부를 공격했고, 2014년엔 페샤와에서 학교를 공격해 145명을 숨지게 해 악명을 떨쳤다. 이들은 최근 몇 년 사이에 파키스탄군의 소탕 작전이 본격화하면서 궁지에 몰리자 국경을 넘어 아프간 영토로 숨어 들어갔다.
이들은 주기적으로 다시 국경을 넘어 파키스탄에서 테러 활동을 벌인 뒤 파키스탄군의 추격을 피해 아프간으로 피신하는 행동을 거듭했다. 이에 파키스탄군은 지난해 8월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하기 이전부터 이들을 제거하기 위해 종종 국경 너머로 군사작전을 벌여 당시 아프간 정부와도 갈등을 빚었다.
파키스탄 정부는 지난해 11월 아프간 탈레반 정부의 주선으로 파키스탄 탈레반 세력과 한 달 동안 휴전협정을 맺었다. 당시 휴전은 파키스탄 평화로 가는 중요한 진전으로 주목을 받았으나, 기대와 달리 휴전은 연장되지 않은 채 종료되었고 이후 양쪽의 충돌을 격화했다.
‘미국평화연구소’(USIP)의 아스판디아르 미르는 “최근 몇달 동안 파키스탄 탈레반이 파키스탄 보안병력에 큰 피해를 줬다”며 “파키스탄 당국은 파키스탄 탈레반이 갈수록 위협이 되고 있지만 아프간 탈레반 정부는 이들을 통제할 의지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파키스탄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 14일 파키스탄군 장병 7명이 북부 와지리스탄에서 파키스탄 탈레반의 공격으로 숨졌다. 파키스탄 공군의 이번 공습은 이에 대한 보복의 성격을 띤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공습에 대해 파키스탄 북서부의 탕크, 미랄리와 아프간의 호스트 등에서는 몇백명이 거리로 나와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무고한 와지리스탄 사람들을 죽이지 말라”고 외치며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했다. 파키스탄 탈레반도 반발했다. 대변인 무하마드 쿠라사니는 “모든 전쟁에는 원칙이 있는데 파키스탄은 이런 원칙을 모두 어기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싶다”며 “파키스탄군에 억압받는 사람들과 난민에게 폭격하지 말고 전장에서 싸울 것은 제언한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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