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케고스자산관리 창업자 빌 황이 27일 보석으로 풀려나 뉴욕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월가의 한국계 큰손이었으나 지난해 3월 미국 금융시장을 큰 혼란에 빠트린 빌 황(한국명 황성국)이 기소됐다.
뉴욕 남부검찰청은 아케고스자산관리의 파산과 관련해 창립자 황씨와 최고재무책임자였던 패트릭 핼리건을 증권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검찰은 이들이 투자은행 자금 수십억달러를 동원해 주가 조작에 썼다고 밝혔다. 황씨 등은 이 과정에서 투자은행들을 통해 특정 업체 지분의 50% 이상까지 사실상 지배하면서도 5%가 넘으면 공개해야 하는 법률을 어긴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황씨 등이 대형 투자은행들과 거래를 유지하려고 투자 현황에 대해 지속적으로 거짓말을 해왔다고 밝혔다.
고교 3학년 때 미국으로 이민 간 황씨는 월가에서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헤지펀드 운용자로 이름을 알렸다. 2012년 내부자 정보 이용 사건으로 거액의 벌금을 물었고, 이후 개인적으로 자금을 운용하는 아케고스를 만들었다. 그는 유명세를 이용해 대형 투자은행들과 ‘토탈 리턴 스와프’ 계약을 맺고 거액을 주식에 투자했다. 형식상 투자은행이 소유하는 주식에 대해 이익이 나면 아케고스는 이를 나눠 갖고, 주식 가치가 떨어지면 아케고스가 보전해주는 조건이었다. 일부 투자은행들은 이를 좋은 조건으로 인식하고 아케고스와 거래를 했다. 아케고스가 운용한 자산의 가치는 15억달러에서 시작해 350억달러까지 불었다.
그러나 투자 주식 가치가 급락하면서 황씨가 설계한 스와프 계약은 투자은행들에 손실을 끼치기 시작했다. 아케고스는 투자은행들의 추가 증거금(마진콜) 요구에 응할 수 없었다. 투자은행들이 손실을 줄이려고 보유 주식 매각에 나서자 주가가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했다. ‘아케고스 마진콜 사태’는 크레디트스위스, 노무라증권, 모건스탠리 등 금융기관들에 100억달러(약 12조6천억원) 이상 손실을 일으켰다.
이 사건은 당시 뉴욕 증시 전반을 흔들 정도로 충격을 줬다. 검찰은 기자회견에서 “거짓말이 가격을 부풀렸고, 부풀려진 가격이 더 많은 거짓말로 이어졌다. 지난해, 음악이 멈추고 거품이 꺼졌다”고 했다.
이날 오전에 체포된 황씨는 오후에 법원에 출석해 무혐의를 주장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그의 변호인이 “공개 시장 거래에 대한 이런 식의 기소는 전례도 없고, 모든 투자자들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황씨는 법원에 1억달러짜리 보석증권을 제출하고 풀려났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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