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미국 텍사스주 유밸디의 총기난사 참사 현장 근처에서 추모 모임 참석자가 눈물을 쏟고 있다. 유밸디/AFP 연합뉴스
한국과 일본 순방에서 중국 견제망 강화와 한국 대기업들의 투자 약속 등 두둑한 보따리를 챙겨온 조 바이든 대통령이 안에선 총, 밖에선 미사일이라는 내우외환에 다시 직면했다. 귀국하는 전용기 안에서 두 대형 악재를 보고받았지만 뾰족한 해법은 없어 더 답답한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각), 전날 발생한 롭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에 대한 연설에서 “(총기 소유권을 보장하는) 수정헌법 제2조는 절대적이지 않다”며 규제 필요성을 또 역설했다. 그는 초등학교 4학년 교실에서 학생 19명과 교사 2명이 18살 고교 자퇴생에게 무참히 살해당한 사건의 유족을 위로하기 위해 아내와 함께 텍사스주 유밸디를 곧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전날에는 백악관에 돌아오자마자 한 연설에서 “우리는 도대체 언제 총기 관련 로비에 맞설 것인지 물어야 한다”고 했다. 이번 사건은 뉴욕주 버펄로 슈퍼마켓 총기난사로 흑인 10명이 숨진 지 열흘 만에 발생해 파장이 더 크다.
이에 민주당은 상원에 총기 규제 강화 법안을 다시 상정하기로 했다. 소유 희망자 신원조회 기간을 늘려 더 꼼꼼히 조사하고, 조회 기간에 총기를 받는 것을 금지하는 것 등이 그 내용이다. 하지만 공화당은 잇단 참극에도 변화의 조짐이 없다. 상원에서 이 법안들이 통과되려면 일단 100명 중 60명이 필리버스터 생략에 동의해야 하는데 민주당 의석은 50석뿐이다. 당내에서조차 조 맨친 의원 등은 지도부 방침을 따르지 않겠다고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18살짜리가 가게에 걸어들어가 인명 살해를 위해 설계되고 그렇게 광고하는 무기를 살 수 있다는 것은 너무 잘못된 것”이라고도 했다. 현장에서 사살된 총격범 살바도르 라모스가 18살 생일(이달 16일)이 지나자마자 17·20일 소총 2자루를 합법적으로 산 것을 개탄한 것이다. 하지만 한 측근은 나라 전체가 비통함에 빠졌어도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군용과 다름없는 소총 판매를 금지하거나 구매 허용 연령을 높일 권한이 없다고 <뉴욕 타임스>에 말했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첫해인 2020년 판매가 64%나 급증하는 등 총기 보급이 크게 늘어 사고 위험이 매우 높아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규제 강화를 방해하는 로비를 해온 미국총기협회(NRA)가 27일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시작하는 연차 총회를 예정대로 하겠다고 밝힌 것도 ‘총기 소유권’ 옹호 세력의 강고함을 보여준다. 연사로 나설 예정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하자”면서도, 오래된 약속이라 참석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이 바이든 대통령 귀국길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미사일 3발을 쏜 것도 그가 풀기 어려운 난제를 재확인시켜줬다. 한·일 방문 중 북한이 무력시위를 하는 최악은 면했지만, 미국 대통령이 귀국길에 뒤통수를 맞은 모양새가 됐다. 미국 행정부는 이번에도 “규탄”과 “대화 의지”라는 메시지만 거듭 내놨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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