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13일 기자회견을 마치며 악수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박진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13일(현지시각)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한 뒤 북한이 7차 핵실험에 나서면 “단호한 대응”을 하겠다고 경고했다.
박 장관은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전술핵무기 사용에 대한 북한의 갈수록 공격적인 언사에 특별한 우려를 표명했다”며 “우리는 핵실험을 비롯한 북한의 어떤 도발도 우리 동맹과 국제사회의 일치되고 단호한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하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새로운 대북 제재를 추진하기로 한-미가 합의했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북한은 핵실험 준비를 마쳤고, 우리는 모든 비상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며 “우리는 단기적이든 장기적이든 적절한 군사 대비 태세를 갖출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또 “북한에 불안정을 야기하는 행동을 삼갈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박 장관은 양국이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의 조기 재가동 필요성에 의견 일치를 봤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미국 전략자산의 시기적절한 전개와 한-미 연합훈련의 중요성도 논의했다고 전했다. 블링컨 장관은 “확장억제전략협의체가 몇 주 안에 재가동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대응해 미국이 핵우산 공약과 전략자산 배치 등으로 억제력을 제공하는 것을 협의하는 확장억제전략협의체는 2016년 10월 출범으나 2018년 1월 두 번째 회의 이후 활동이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확장억제전략협의체 재가동을 대선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박 장관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에 대한 질문에는 “한-일 관계 정상화와 함께 가능한 한 빨리 정상화되기를 희망한다”며 “한국, 일본, 미국의 정책 조율과 정보 공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미 외교장관은 지난달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일본 방문 때 출범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등을 통한 경제 협력 강화를 위해서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미 외교장관은 ‘전제조건 없는 대화’라는 대북 제안도 다시 언급했다. 블링컨 장관은 “우리는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할 준비가 돼 있다”며 “미국은 북한에 대해 나쁜 의도가 전혀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했다. 그는 북한이 코로나19 바이러스 백신 지원에 대한 미국의 제의를 계속 거부했다면서도 “우리는 백신을 비롯해 북한 주민들에 대한 지원을 희망한다”고 했다. 박 장관도 한-미가 기존 대북 제재의 회피를 차단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동시에 우리는 대화와 외교를 추구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이날 제니퍼 그랜홈 미국 에너지장관도 면담하고 양국 원자력 협력에 관해 논의했다. 외교부는 두 장관이 핵비확산 원칙을 공유하는 양국이 원자력 분야에서 최적의 협력 파트너라는 점에 인식을 같이 했다고 전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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