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미국 하원의 ‘1·6 의사당 난동’ 조사위원회가 개최한 청문회에서 증인들이 발언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이 패배한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고 선거인단 명단을 바꿔치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정선거 주장에서 더 나아가 선거 결과를 뒤집거나 인증 절차를 뒤엎으려 했다는 것이어서 또 파장이 일고 있다.
지난해 1월6일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의사당 난동 사태를 조사하는 하원 조사위원회는 21일(현지시각) 4차 공개 청문회를 열었다. 증인으로 나온 애리조나주 하원의장 러스티 바워즈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 측근인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로 선거인단 명단을 바꾸라고 요구했으나 “졸로 쓰이기 싫어” 거부했다고 증언했다. 애리조나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 바이든 현 대통령에게 석패한 곳이다. 바워즈는 연방의회의 선거인단 투표 인증 절차가 진행된 지난해 1월6일 당일에도 애리조나주가 지역구인 공화당 하원의원 앤디 빅스한테서 인증 철회 요구에 동참하라는 종용을 받았다고 했다.
상원의장을 겸하는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이 인증을 위해 의사봉을 두드리기 몇 분 전까지도 이런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위스콘신주 출신 공화당 상원의원 론 존슨이 펜스 전 부통령 보좌관에게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로 채운 위스콘신주와 미시간주 선거인단 명단을 직접 전달하겠다는 의사를 문자메시지로 밝혔다는 것이다. 이 두 주도 바이든 대통령이 이긴 곳으로, 펜스 전 부통령 보좌관은 제안을 거부했다.
상·하원 합동 선거인단 투표 인증은 더 많은 선거인단을 확보한 후보를 차기 대통령으로 선언하는 일종의 요식 절차다. 미국 대선은 주별로 일반투표에서 다수를 얻은 후보가 선거인단 전부를 확보하는 승자독식제를 채택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쪽이 패배한 주들에서 자기 지지자들로 선거인단 명단을 바꿔치기하려 했다는 것은 조작으로 결과를 바꾸려 했다는 얘기가 된다. 최소한 정상적 인증 절차를 불가능하게 만들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다수가 공화당원들인 증인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협조하지 않자 가해진 협박에 대해 털어놓기도 했다. 바워즈는 집 근처 트럭에서 누군가 자신을 소아성애자라고 비난하는 방송을 했다고 말했다. 조지아주에서 0.23%포인트 차이로 진 트럼프 전 대통령한테 ‘내 표를 찾아내라’는 닦달을 당했던 브래드 래펀스퍼거 조지아주 국무장관은 아내가 성적인 위협을 가하는 문자메시지를 받았고, 며느리 집에는 괴한들이 침입했다고 밝혔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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