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백악관 직원 캐시디 허친슨이 28일 하원의 1·6 의사당 난동 사태 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증언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월6일 지지자들의 난동 때 직접 차를 몰고 의사당으로 가려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이던 마크 메도스의 보좌관을 지낸 캐시디 허친슨은 28일(현지시각) 하원 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공개 증언을 통해 이렇게 밝혔다. 허친슨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자들에게 자신이 패배한 대선 결과 인증 절차를 밟고 있던 의사당으로 진격하라고 요구한 뒤 자신도 전용차를 직접 몰고 가려 했다는 말을 당시 백악관 부비서실장에게 들었다고 증언했다.
허친슨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가 빌어먹을 대통령이다. 나를 의사당으로 데려가라”고 소리친 뒤 직접 핸들을 잡으려고 시도했다고 전했다. 이에 경호 책임자가 팔을 붙잡으며 만류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의 목을 움켜쥐려고 시도했다고 한다. 허친슨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며칠 전부터 의사당으로 향할 계획을 세웠지만, 경호 책임자들은 폭도들이 설치는 곳이라 위험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했다.
허친슨은 그날 백악관 주변 집회에서 연설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자들이 무장을 했을 가능성을 알고도 의사당 진격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일 아침에 집회 참가자들한테서 무기가 압수됐다는 보고를 받고서도 “그들이 나를 해치려는 것은 아니다”라며 금속탐지기 검사를 중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했다. 허친슨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들이 무기를 가졌는지 신경쓰지 않는다”는 말도 했다고 전했다.
허친슨의 증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11월4일 대선 패배로 얼마나 ‘화염과 분노’의 상태에 있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허친슨은 2020년 12월 윌리엄 바 당시 법무장관이 대선 과정에서 부정행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는 기사를 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접시를 집어던져, 자신이 벽에 튄 케첩을 닦아냈다고 말했다. 그는 난동 사태 때 폭도가 의사당에 난입해 “펜스를 목매달자”고 외치고 다니는 상황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펜스는 그래도 싸다”는 반응을 보였다고도 전했다. 상원의장을 겸한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은 의회에서 대선 결과 인증을 거부하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시’를 거부한 상태였다.
미국 언론들은 허친슨의 증언을 대형 폭로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시 행태는 언론 보도와 의회 조사로 대략적으로 드러났으나, 당시 백악관 관계자가 생생한 공개 증언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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