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탄핵을 찬성했던 리즈 체니(사진·56) 하원의원 등 공화당 내 반트럼프 의원들의 수난이 계속되고 있다.
리즈 체니 의원은 16일 치러진 자신의 지역구인 와이오밍의 공화당 하원의원 후보 선출 경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직접 지원하는 경쟁자에게 패배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트럼프의 탄핵에 찬성했던 10명의 하원의원 중 4명은 은퇴를, 3명은 당내 경선에서 패배했고, 2명만이 경선에서 승리했다. 리즈는 트럼프의 탄핵에 찬성했던 10명의 공화당 하원의원 중 마지막으로 당내 경선을 치른 의원이다. 그는 그동안 공화당 내에서 트럼프에 맞서는 가장 강력한 반대 운동을 벌였고, 의회난동 사건을 조사하는 1월6일 위원회에서도 부위원장을 맡아서 트럼프의 관여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리즈는 이날 경선에서 트럼프가 직접 지목해 후보로 올린 보수적인 변호사 해리엇 헤이그만에게 크게 패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지난달 초 지역 언론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헤이그만에게 30% 대 52%로 뒤졌고, 지난주 와이오밍대하교의 여론조사에서는 29%포인트로 뒤졌다. 리즈는 헤이그만에게 줄곧 20~30%포인트 차이로 뒤져왔다.
열렬한 트럼프 지지자인 헤이그만은 기후변화 대책 반대 등 견해로 보수적인 와이오밍의 공화당 세력의 지지를 얻어왔다. 리즈에게 와이오밍은 부통령을 지낸 아버지 딕 체니로부터 물려받아서 3선을 한 선거구이다. 하지만, 리즈는 트럼프 탄핵에 찬성하는 등 트럼프 반대에 앞장서면서 공화당 세력으로부터 지지를 잃어왔다. 호텔 매니저인 주민 댄 와인더는 <에이피> 통신에 “지난 대선 때 와이오밍 주민의 70%가 공화당 후보에게 투표했는데 리즈 체니는 돌아서서는 우리를 반대하는 투표를 했다”고 리즈 체니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대변했다.
리즈는 경선 뒤 <시비에스>(CBS) 방송에 “오늘은 그 결과가 무엇이던지간에 계속될 싸움의 시작이 확실하다”며 “우리는 우리 민주주의가 정말로 공격받고 위협받는 순간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유를 믿고 헌법과 우리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공화당원, 민주당원, 무당파 등 우리 모두는 당보다는 그런 가치를 우선시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트럼프에 대한 반대를 호소했다.
리즈는 이날 경선의 결과에 상관없이 당내에서 트럼프에 대한 반대 운동을 주도하면서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려고 할 것으로 분석된다. 그는 공화당 내의 반트럼프 기성세력들을 결집시키기 위해 트럼프에 도전하는 대선후보 출마 선언을 할수도 있다.
트럼프는 이날 소셜미디어에 “리즈 체니가 오늘 밤 패배하면, 가짜 뉴스미디어들은 이를 별거 아닌 것으로 만들려고 모든 것을 다할 것이다”며 “이는 가장 큰 사건 중의 하나이다”고 리즈의 패배를 부각시켰다.
이날 알래스카에서도 예비 경선이 치러져, 트럼프에 비판적인 공화당 상원의원 리사 머코스키(65)도 트럼프가 지지하는 경쟁자 켈리 치바카로부터 위협적인 도전을 받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