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당으로 옮겨 요직 얻은 의원 퇴진운동
캐나다에서도 철새 정치인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표적이 되고 있는 정치인은 자유당 당적으로 당선한 뒤 보수당으로 옮겨 국제통상부 장관이 된 데이빗 에머슨 의원이다. 지난달 23일 총선에서 자유당 공천을 받아 밴쿠버 킹스웨이 지역구 의원이 된 그는 2주도 안 돼 보수당으로 말을 바꿔탔다.
그가 장관에 취임한 지난 8일부터 캐나다 언론들은 연일 그의 처신을 비판하고 있다. 지역구 후원회는 그를 위해 사용한 선거비용 9만달러(약 7600만원) 반환과 함께 의원직 자진사퇴와 재선거를 통한 신임투표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인들은 성공한 기업가 출신인 그야말로 적임자라며 적극 변호하고 있다.
여론은 에머슨에게 불리하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지역주민의 28%만이 에머슨의 당적 변경을 지지했다. 지난 선거에서 나타난 이 지역의 보수당 지지율 37%에도 못미친다. 킹스웨이 지역구는 전통적으로 자유당이 센 곳이다. 보수당 의원이 당선한 것은 선거역사상 단 한차례뿐이다.
주민소환을 준비하는 모임은 에머슨 장관의 지역구 사무실 앞에서 매일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다.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소환요구 서명을 받고, 변호사를 선임해 본격적인 법적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에머슨은 자진사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호언한다. 그러나 언론들은 그가 배신감을 느끼고 있는 지역 주민들의 압박을 이겨내고 정치생명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한다.
밴쿠버 양우영 통신원 junecorea@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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