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3일 펜실베이니아주 윌크스배러에서 자신이 지지하는 주지사와 상원의원 후보들을 위한 연설을 하고 있다. 윌크스배러/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본격적인 중간선거 캠페인 첫 유세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국가의 적”이라고 비난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을 “극단주의자”라고 공격한 것에 맞받은 것으로, 11월 중간선거가 전·현직 대통령의 정면 대결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각) 펜실베이니아주 윌크스배러에서 한 공화당 더그 마스트리아노 주지사 후보와 메메트 오즈 상원의원 후보 지지 유세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국가의 적”이라고 불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8일 연방수사국(FBI)이 자신의 사저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를 압수수색한 것에 대해 “우리는 미국 역사상 어떤 행정부보다도 더 충격적인 권력 남용을 목격했다”며 “미국의 자유에 대한 충격적 위협을 보여주는 이보다 생생한 사례는 없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연설은 여러 면에서 이미 주목 대상이었다. 첫째는 중간선거 캠페인이 본격화하는 노동절(9월5일) 연휴에 이뤄지는 첫 유세라는 점이고, 두번째는 비밀 불법 반출 혐의에 따른 사저 압수수색 뒤 첫 유세라는 점이었다.
이번 연설은 바이든 대통령이 일주일간 세 차례 연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 추종자들을 “극단주의자”, “준파시스트”라고 맹비난한 것에 응수한 것이기도 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1일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한 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와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구호) 공화당원들은 우리 공화국의 토대를 위협하는 극단주의를 대표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강한 비난으로 중간선거 캠페인의 포문을 연 펜실베이니아주 윌크스배러는 불과 나흘 전 바이든 대통령이 연설을 한 도시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 추종자들이 연방수사국 직원들에 대해 살해 위협을 가하는 것은 “역겹다”고 비난했다. 중간선거의 격전지로 꼽히는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전·현직 대통령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상대에 공격을 가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캠페인의 전면에 나서 상호 공격을 이어가면서 이번 중간선거는 전·현직 대통령들 간 대결 구도로 짜여져 가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4년 대권 재도전 의사가 분명해 보이는 상황이라 중간선거가 다음 대선의 전초전 양상을 띠는 것이다. ‘오늘 대선을 실시한다면 누구에게 투표할 것인가’를 묻는 최근 <월스트리트 저널> 여론조사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50%의 지지로 트럼프 전 대통령(44%)을 앞서기도 했다. 이런 조사에서 앞서나가지 못하던 바이든 대통령의 선전은 차기 대권을 둘러싼 대결을 더욱 달아오르게 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포스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자 민주당원들 사이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차기 대선 출마를 만류하는 목소리가 잦아들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또다시 마러라고 압수수색에 대해 강한 반발을 경고한 것은 연방수사국에 대한 또 다른 위협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는 열광하는 지지자들을 향해 자신에 대한 수사가 “누구도 본 적 없는 반발”을 부를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달에도 “끔찍한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