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드로 카스티요 페루 대통령이 5일(현지시각) 붉은 패딩을 걸치고 수도 리마의 검찰청사에 도착해 지지자들에게 엄지를 치켜들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EPA 연합뉴스
현직 페루 대통령이 부패 등의 혐의로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았다.
페드로 카스티요 대통령(52)은 5일(현지시각) 수도 리마의 검찰청에 도착해 두 시간 넘게 머물며 조사를 받았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보도했다. 이날 일부 시민들은 카스티요 대통령의 차량이 청사에 들어서자 달걀을 던지며 항의했다.
카스티요 대통령은 뇌물 수수와 대학시절 논문 표절 등 모두 6가지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이들 혐의에 대해 “조작된 이야기”라며 자신을 실각시키기 위한 정치적 음모라고 반박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조사에서 카스티요 대통령이 구체 사안에 대한 질문에 답하지 않고 묵비권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페루 수사 당국은 카스티요 대통령의 부인 릴리아 파레데스도 남편과 함께 부패에 연루된 혐의로 불러 조사하려다 막판 취소했다. 카스티요 대통령은 2026년 임기 5년을 마치고 물러날 때까지 면책특권의 보호를 받아 기소되진 않는다.
앞서 페루 수사당국은 지난달 리마의 대통령 공관과 카하마르카주에 있는 카스티요 대통령의 사저를 압수 수색했고, 처제 예니퍼 파레데스와 카하라르카 시장 호세 메닐 메니나 등 관련자들을 체포했다.
카스티요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에서 교원노조 지도자 출신 정치 신인으로 세번째 대선에 도전하는 게이코 후지모리를 물리치고 극적으로 당선돼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 1년 동안 정치적 실책과 무능, 부패 의혹이 꼬리를 물며 스스로 두 차례나 탄핵 위기에 내몰리는 등 혼란이 이어졌다. 현재 카스티요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여론의 부정 평가는 70%를 넘어서고 있다.
페루는 2016년 이후 거의 해마다 대통령이 바뀔 정도로 정치 불안이 일상화된 나라이다. 그러나 현직 대통령이 여섯 가지 혐의로 사법당국의 조사 대상이 된 것은 이례적이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