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방문 결산…핵기술·연료 제공-테러와의 전쟁 협력 평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4일 간의 인도·파키스탄 방문을 마치고 4일 귀국길에 올랐다. 그의 이번 방문은 21세기 정치경제대국으로 도약하고 있는 인도의 위상을 확인시켜줬다. 부시 대통령은 방문기간 중 인도, 파키스탄 두 나라와 각각 전략적 동반자관계를 선언했다. 하지만 인도 3일, 파키스탄 1일의 방문기간에서 드러나듯 세력균형의 추는 인도 쪽으로 기울었다. 그는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지 않은 인도에 대해서는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고 민수용 핵기술과 핵연료 제공을 확약한 반면, 파키스탄에 대해선 인도와 동등한 핵지위 부여를 거부했다. 대신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협력을 높이 평가하고 파키스탄의 민주화 상황에 대한 관대한 언급을 통해 ‘서운함’을 달랬다. 파키스탄~인도~이란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연결에 대한 반대 입장을 철회한 것도 파키스탄에 주는 선물이었다. 냉전시절 비동맹의 맹주로 미국의 적성국이었던 인도와의 관계 개선은 세계정치경제에서 차지하는 인도의 위상과 미국내 인도이민사회의 성장과 무관하지 않다. 미 의회와 국제사회의 비난을 무릅쓰고 부시 행정부가 인도와 핵협정을 밀어붙인 데는 △중국에 대한 대항마 △정보기술을 기반으로 한 고도성장 경제와 거대시장 △세계 2위의 이슬람 인구대국 등 여러 고려가 깔려 있다. 인도는 미국과의 협상에서 많은 실익을 거둠으로써 지역강국을 넘어 핵보유 강대국 대열에 자연스럽게 합류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런 정부간 동반자관계가 양국 국민들에게까지 공유됐다고 할 수는 없다. 부시 대통령은 인도와 파키스탄에서 반미, 반부시 시위에 직면해야 했다. 깜짝방문한 아프가니스탄에선 기자회견 내내 주변을 경계하는 비행기들의 굉음이 회견을 방해할 정도였다. 동맹국인 파키스탄 방문 때도 부시 대통령은 한밤에 전용기의 불을 끈 채 착륙해 중무장한 미대사관저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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