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의 전 대통령이자 현 부통령인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키르치네르의 지지자들이 6일(현지시각) 연방법원의 유죄 판결에 항의해 그와 남편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의 사진이 새겨진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로이터 연합뉴스
아르헨티나의 전 대통령이자 현직 부통령인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키르치네르가 횡령 연루 등 부패 혐의로 6년형을 선고받았다. 그와 지지자들은 반발하고 나서 당분간 정치적 불안정이 예상된다.
아르헨티나 연방법원은 6일(현지시각) 페르난데스 부통령에게 대통령 재임기간 중 공공사업을 통해 공금 10억달러(1조3100억원)가 횡령된 사건에 연루된 혐의를 인정해 징역 6년형을 선고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법원은 공무담임권의 영구 박탈과 848억여페소(6000억원) 몰수도 명령했다. 그러나 페르난데스 부통령이 범죄조직을 조직하고 운영했다는 혐의에 대해선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아르헨티나에서 현직 부통령이 실형을 선고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모든 혐의를 부인해온 페르난데스 부통령은 판결 뒤 자신이 “사법 마피아”의 희생양이라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 지지자들은 총파업으로 항의의 뜻을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지지자들은 이날도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거리를 메우고 법원 건물까지 진출해 경찰과 대치했다. 페르난데스는 부통령으로 재임 중 면책특권이 있고 항소할 예정이라 당장 처벌을 받지는 않는다.
페르난데스 부통령은 남편인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2003~2007년)의 뒤를 이어 2007∼2015년 두 번 거푸 대통령을 지낸 페론주의 정당 지도자다. 남편인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은 지난 2010년 숨졌다. 그는 대통령 재임 시기 남부 산타크루즈 지역 도로건설 등 51개 국가 공공사업을 측근 사업가 라사로 바에스에게 불법적으로 몰아줄 것을 지시한 뒤 일부 자금을 받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이번 재판에서 “바에스의 회사가 국가 공공사업을 따내 공금을 불법적으로 횡령하기 위해 설립됐다”며 “회사가 페르난데스의 대통령 임기 종료 뒤 바로 해체된 사실이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들 사업이 대부분 사업 예산을 초과하거나 심지어 아직 사업을 마무리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법원은 이날 페르난데스 부통령과 함께 기소된 업자 바에스와 호세 로페스 전 공공사업부 장관, 넬슨 페리오티 고속도로·국도담당 국장 등에게도 6년 형을 선고했다.
페르난데스 부통령은 지난 9월 부에노스아이레스 집 앞에서 지지자에게 인사하던 중 총을 겨눈 괴한의 습격을 받았으나 총기 불발로 위기를 넘겼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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