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정찰용으로 보낸 것으로 의심되는 기구가 1일 미국 몬태나 빌링스 상공에 떠 있다. 사진은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것이다.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이 보낸 것으로 보이는 정찰용 기구가 미국 본토 상공에서 발견되어 추적하고 있다고 미국 국방부가 2일(현지시각) 밝혔다.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준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며칠 전부터 미국 북부지역 상공의 높은 고도에서 정체불명의 기구가 날아가고 있는 것을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시엔엔>(CNN)이 보도했다. 다른 국방부 당국자도 “높은 고도에서 날고 있는 이 정찰용 기구는 중국이 보낸 것으로 의심된다”며 “이런 기구는 과거 몇 년 전부터 관찰되어오곤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구는 알래스카 알류샨 열도와 캐나다 영공을 거쳐 전날 미국 북서부주 몬태나의 도시 빌링스 상공에 나타났다고 미군 당국자가 말했다. 몬태나는 미국의 핵미사일 격납고 3곳 중 한 곳이 있는 등 군사적으로 민감한 지역이다. 미군은 한때 이 기구를 떨어뜨리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 당국자는 백악관의 승인이 떨어지면 출격하기 위해 F-22를 포함한 전투기를 준비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군 당국은 이 기구를 격추하면 자칫 잔해가 지상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당분간 지켜보기로 했다. 군 당국자는 이 기구의 비행경로에 “민감한 구역 여러 곳”이 포함됐지만, 심각한 정보수집 위험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또 항공기 운항에도 피해를 끼칠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다. 라이더 준장은 “이 기구가 민간 항공기가 다니는 고도 훨씬 위쪽에서 비행하고 있으며, 당장 지상에 군사적 또는 물리적 위협이 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군 당국은 현재 이 기구가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선 공개를 꺼렸다. 얼마나 큰지에 대해서도 “꽤 크다”고만 하고 구체 제원엔 입을 닫았다.
이 사안은 곧바로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고됐으며, 대응책을 묻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마크 밀리 합참의장이 민간 피해 등을 우려해 기구에 물리적 공격을 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고 미군 당국자가 밝혔다.
미국은 이 사건이 나자 곧바로 워싱턴 주재 중국대사관과 베이징 주재 미국대사관을 통해 중국 정부에 접촉해 문제제기를 했다. 이번 사건은 특히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불거져 눈길을 모은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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