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브릴 헤인스(맨 앞) 국가정보국(DNI) 국장 등 미국 정보기관 수장들이 8일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미국 정보 당국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핵무기를 정권 안보의 궁극적 수단으로 여겨 포기할 의사가 없다고 연례 보고서에서 평가했다.
미국의 16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DNI)은 8일 내놓은 ‘연례 위협 평가 보고서’에서 “북한 지도자 김정은은 미국과 그 동맹들을 겨냥해 핵과 재래식 군사력을 계속 증강하면서 지역 안보 환경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려고 주기적으로 공격적 행동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김은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독재적 지배의 궁극적 보장 장치로 인식하고, 시간이 흐르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을 것이라고 믿으면서 핵개발을 포기할 의사가 없는 게 거의 확실하다”고 했다.
보고서는 북한이 지난해 9월 이후 한-미 연합훈련 등에 무력시위 시점을 맞춰온 것은 “미국과 한국의 행동을 바꾸고 윤석열 대통령의 강경한 정책에 맞서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북한이 대량살상무기 개발 지속과 미사일 방어망 회피 능력 발전으로 미국과 그 동맹들에게 “심각한 위협”을 가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의 사이버 공격 능력은 “미국의 일부 핵심 기반시설 네트워크를 일시적, 제한적으로 교란”할 수 있는 수준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보기관들의 평가를 종합한 보고서 내용은 ‘조건 없는 대화’를 내세우지만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불신하면서 압박을 강화하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판단과 상통하고, 이런 판단을 뒷받침하는 것으로도 받아들여진다.
이번 보고서는 북한과 함께 중국·러시아·이란을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국가로 규정했다. 중국을 이런 위협의 첫손가락에 꼽으면서 “중국공산당은 중국을 동아시아에서는 가장 강력한 국가, 세계 무대에서는 주요 강국으로 만들려는 시진핑 주석의 비전을 성취하려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시가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하면서 중국공산당은 통일을 위해 대만을 압박하고,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독재 체제에 유리하도록 규범을 조성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보고서는 중국은 군사적 측면에서는 미국과 큰 규모로 장기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에 대비하려 하고, 2027년까지 미국의 대만해협 분쟁 개입을 차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또 “베이징은 양자 관계의 긴장, 미국의 핵 전력 현대화, 중국군의 재래식 전력 강화가 미국의 선제공격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바탕에서 미국이 우위를 점한 핵 전력 감축 협정에 관심이 없으며, 대륙간탄도미사일 격납고 수백 개를 건설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다른 정보기관장들과 함께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나온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장은 “간단히 말해 중국공산당은 미국의 국가 안보와 세계적 지도력에 대한 가장 중요하고 심각한 위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중국 지도부의 미국에 대한 거친 언사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베이징이 대미 관계의 안정 유지와 긴장 고조 방지를 가장 이익이 된다고 믿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관해서는 “미국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군사력과 직접적인 충돌을 원하지는 않겠지만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있다”고 했다. 전쟁에서 군사적 실패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입지에 타격을 입힌다면 러시아가 추가적인 긴장 고조 행위를 할 가능성도 크다고 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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