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태평양사령부(현 인도.태평양사령부) 부사령관을 지낸 예비역 장성이 한반도에서 핵전쟁을 피하려면 북한과 미국이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글을 <뉴욕 타임스>에 실었다.
댄 리프 미군 예비역 공군 중장은 29일 ‘나는 어떻게 핵전쟁을 하는지 알기에 북한과의 평화를 촉구한다’는 제목의 기고에서 “1970년대에 전투기 조종사로서 핵공격 훈련을 받았다”는 자신의 경험을 들면서 핵전쟁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는 핵공격 훈련을 받는 조종사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임무를 수행하며 표적을 증발시켜버리겠다는 맹세”를 한다며 공군에 복무한 33년 동안 전투기 조종사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부대 관리자로서 “핵 전사” 생활을 했다고 밝혔다.
리프 전 부사령관은 한국의 오산 공군기지와 용산기지에서 4년간 복무했고, 태평양사령부 부사령관을 지냈다. 그는 이 같은 경험을 한 입장에서 북한과 핵전쟁 위험이 고조되고 있음을 알고 경각심이 커졌다고 했다. 리프 전 부 사령관은 북한의 기록적인 수준의 미사일 발사, 핵무장 강화 의지, 윤석열 대통령의 핵무장 가능성 언급 등을 거론하며 “이런 일촉즉발의 환경에서는 단 하나의 나쁜 결정이나 오해가 수백만명을 죽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한국에서 근무할 당시 전시가 아닌데도 “전쟁을 위해 축적한 어마어마하고 파괴적인 군사력”을 감독해야 하는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웠고 늘 긴장된 상태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리프 전 부사령관은 이런 점들을 생각하면 “한반도에서 평화를 보장하기 위한 협상과 정치가 얼마나 힘든 것이든 핵전쟁과 비교할 수는 없다”며 미국이 평화협정 체결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때 남-북-미가 영구적 평화협정을 추구한다고 했을 때 북한이 핵·미사일 시험을 유예하고 미군 유해를 반환하는 등 긴장 완화로 이어진 점도 거론했다.
그는 “항구적 평화협정은 김정은이 미국을 실존적 위협으로 규정하거나 재래식 무기와 핵무기를 증강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행위의 기반을 약화시킬 것”이고 “북한 정권의 토대에 깔린 포위 강박을 줄여줄 것”이라고 했다. 또 평화협정 체결과 함께 제재 해제와 경제 개발이 이뤄지면 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과 인권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미국 하원에 북-미 종전선언, 연락사무소 설치, 평화협정을 추진하는 내용의 ‘한반도 평화 법안’이 발의돼 있다는 점도 거론했다.
리프 전 부사령관은 평화협정 추진은 “나쁜 행동에 대해 보상하고 전체주의 정권에 합법성을 부여한다는 비난을 만날 것”이라며 “하지만 김씨 가문은 북한을 75년간 통치했으며, 이제는 이런 상황이 곧 바뀌지 않는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또 “전쟁에서 이기려면 공격적이어야 하고 화해하려면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 비무장지대(DMZ) 양쪽의 다음 세대는 핵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며 그들이 훈련 내용을 실행하는 상황이 오지 않기를 바란다는 말로 글을 맺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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