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돕는 벨라루스 출신 의용군이 접전이 벌어지고 있는 바흐무트 부근에서 러시아군 진영을 향해 박격포를 쏘고 있다. 바흐무트/AFP 연합뉴스
미국 국방부 기밀 문서 유출로 자신들도 감시 대상이었음이 드러난 미국의 동맹과 우방국 쪽에서 반박과 반발도 나오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9일(현지시각) 해외 정보기관 모사드 지도부가 자신의 ‘사법 개혁’에 반대하는 직원들의 시위 참여를 장려한다는 기밀 문서 내용에 반박하는 성명을 냈다. 그는 “모사드와 그 지도부는 직원들이 반정부 시위나 정치적 시위, 또는 어떤 정치적 행동이라도 가담하라고 권유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스라엘에 대한 기밀 문서는 대규모 시위에 대한 모사드 지휘부의 반응을 전하면서 정보 출처를 감청을 뜻하는 ‘신호 정보’(시긴트)로 기록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반응은 대법원 약화를 노리는 그의 정책에 미국이 반대하면서 조성된 갈등의 연장선에 있다. 하지만 모사드 지휘부가 하급 직원들의 시위 참여를 막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문서 내용이 허구라고만은 하기 어렵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자국군 상황이 많이 노출되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군·정보 수뇌부가 “우크라이나 방위군의 계획에 대한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대책을 논의했다고 이날 밝혔다. 기밀 문서에는 러시아군에 대한 정보뿐 아니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공급 계획, 우크라이나군의 취약점, 9개 여단을 이용한 춘계 공세 계획 등이 담겼다.
애초 기밀 문서에 대한 보도 직후 젤렌스키 대통령의 미하일로 포돌랴크 보좌관은 “지어낸 정보”이며 “우크라이나의 실제 계획과는 관계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정보를 이용할 가능성을 우려해 보안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언론들은 기밀 유출이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고 전했다. 기밀 문서를 통해 미국이 우크라이나 정부와 군 수뇌부를 감시한 사실도 드러났다.
<르몽드>는 프랑스 병력이 우크라이나에서 활동한다는 기밀 문서 내용에 대해 프랑스 국방부가 “우크라이나에서 작전에 참여하는 프랑스군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군의 춘계 공세 준비를 다룬 문서에는 프랑스·미국·영국·라트비아에서 온 특수부대원 100명 미만이 우크라이나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내용이 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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