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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폭스뉴스’가 ‘미국 극우의 입’을 읍참마속한 까닭은?

등록 2023-04-25 13:31수정 2023-04-26 02:31

<폭스 뉴스> 간판 진행자로 ‘터커 칼슨 투나잇’을 진행해온 터커 칼슨. AP 연합뉴스
<폭스 뉴스> 간판 진행자로 ‘터커 칼슨 투나잇’을 진행해온 터커 칼슨. AP 연합뉴스

24일 대다수 미국 언론 누리집 머리기사는 <폭스 뉴스> 간판 진행자 터커 칼슨의 해고 소식으로 도배됐다. 아래로 속보와 해설기사가 이어졌다. 음모론과 가짜 뉴스의 강력한 전파자인 그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장면이다.

<폭스 뉴스>는 이날 평일 저녁 황금시간대에 ‘터커 칼슨 투나잇’을 진행해온 칼슨과 결별한다고 발표했다. 이 방송에서 2016년부터 마이크를 잡은 칼슨은 미국 케이블방송 뉴스쇼 중 유일하게 300만명 이상의 시청자를 거느린 스타 진행자다. 이 방송은 칼슨에게 감사한다고만 하고 결별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미국 언론들은 지난주 금요일만 해도 시청자들에게 월요일에 다시 보자던 그가 해고당한 것이라고 했다. 가장 많은 시청자를 끌어모으는 칼슨이 떠난다는 소식에 <폭스 뉴스> 주가는 곧 5%나 급락하기도 했다.

‘극우 방송’으로 불리는 <폭스 뉴스>가 칼슨을 버린 것은 2020년 대선 결과가 조작됐다는 보도에서 비롯됐다. 그는 개표 조작이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 투·개표기 업체 도미니언 보팅 시스템이 이 방송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7억8750만달러(약 1조482억원)짜리 합의가 이뤄진 지 6일 만에 해고당했다. 칼슨도 이런 주장을 했지만 이 방송에서 같은 주장을 한 사람은 여럿이다.

칼슨이 쫓겨난 것은 오보를 책임졌다기보다는 재판 과정에서 동료들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가 입수돼 보도의 불법성이 명확해진 것에 대한 책임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원고 쪽이 입수한 칼슨과 동료들의 문자메시지에는 이들이 개표 조작은 거짓말이라는 점을 진작 인정했고, 사주 루퍼트 머독도 그런 주장을 “정신 나간 소리”라고 말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그런데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을 시청자로 묶어두고 조 바이든 대통령을 헐뜯으려고 계속 거짓 보도를 했다는 얘기다. 결국 미국 법원에서 명예훼손 배상의 기준인 ‘실질적 악의’가 드러나자 <폭스 뉴스>는 항복했다.

칼슨을 스타로 키운 것은 음모론과 적대적이고 극단적인 표현이었다. 그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명령을 나치와 일본군의 생체실험에 비유하고, 바이든 대통령이 나라를 중국에 팔아먹는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의사당 난동은 연방수사국(FBI) 끄나풀의 선동 때문이라고 했다.

칼슨은 주류 방송에서 이런 내용을 버젓이 떠드는 것에 열광하는 팬이 늘면서 극우·보수 여론을 좌우할 정도가 됐고 공화당에도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달 4일 법원의 기소인부절차 출석 뒤 첫 인터뷰를 칼슨과 했다. 칼슨의 연봉은 2천만달러(약 26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엔엔>(CNN)은 이런 칼슨이 쫓겨난 것은 경영진을 욕한 게 문자메시지로 드러났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폭스 뉴스> 내부자 발언을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대변하는 대표적 방송인으로 꼽히는 칼슨은 동료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는 몇 차례나 “난 트럼프가 싫다”고 했다. 방송에서는 계속 거짓을 말했지만 주변에는 개표 조작 주장에 대한 판단을 비롯해 진실과 진심을 말한 것이다. <폭스 뉴스>는 거짓이 아니라 진실을 말한 책임을 그에게 물은 셈이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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