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9일 백악관 출입기자협회 연례 만찬 행사 연설 중 파안대소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출입기자들과의 연례 만찬 행사에서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7억8750만달러(약 1조560억원)를 합의금으로 물기로 한 <폭스 뉴스>를 마음껏 놀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29일 저녁(현지시각) 백악관 출입기자협회 연례 만찬 행사 연설에서 2020년 대선 때 개표 조작이 있었다고 보도했다가 투·개표기 업체 도미니언 보팅 시스템에 명예훼손을 이유로 소송을 당해 거액을 합의금으로 주기로 한 <폭스 뉴스>를 놀림 대상으로 삼았다. 1924년 시작된 백악관 출입기자협회 연례 만찬은 현직 대통령이 참석해 재치 넘치는 농담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행사는 코로나19로 사태로 중단됐다가 지난해 재개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9일 백악관 출입기자협회 연례 만찬 행사 연설 중 파안대소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여러분이 좋아하는 <폭스 뉴스> 기자들은 이 행사에 참석할 수 있었는데,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 부스터샷도 맞았기 때문”이라며 “그들은 올해에는 합의금 7억8750만달러를 주고 나서 공짜 밥을 사절할 수 없어 여기에 왔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폭스 뉴스> 기자들이 지난해에는 백신 접종 의무화에 반대하는 자사 보도에도 불구하고 접종을 하고 행사에 참석하더니 올해에는 회사가 거액을 물어주자 공짜 식사를 하러 왔다고 조롱한 것이다.
<폭스 뉴스>는 ‘반바이든, 친트럼프’ 보도를 해온 극우·보수 성향 매체로, 그동안 이 매체에 시달려온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출입기자협회 만찬을 통쾌한 역공의 기회로 삼은 셈이다. <폭스 뉴스>는 합의금 지급에 합의한 지 6일 만에 간판 진행자 터커 칼슨을 해고하는 등 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대선 재출마를 선언한 자신의 나이(80살)도 농담 소재로 삼았다. 그는 “여러분은 내가 루퍼트 머독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그건 사실이 아니다. 나를 해리 스타일스처럼 보이게 만드는 사람을 어떻게 싫어하겠나”라고 말해 다시 폭소를 불렀다. <폭스 뉴스> 사주인 머독(92)이 자신을 젊은 사람으로 보이게 만든다고 주장한 것이다. 영화배우 겸 가수 스타일스는 올해 29살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여러분은 내가 늙었다고 보냐”고 물은 뒤 “난 그걸 노련해진 거라고 말한다”고 자답했다. 또 “내가 아주 오래됐다고? 난 더 현명해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내가 한물갔다고? 돈 레몬은 아마 내가 전성기에 있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돈 레몬은 칼슨과 같은 날 해고당한 <시엔엔>(CNN) 진행자로, 지난 2월 방송에서 “여성은 20~40대가 전성기”라고 말했다가 비난을 샀다. 그는 공화당 후보로 대선 출마를 선언한 니키 헤일리(51)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바이든 대통령을 겨냥해 75살 이상 정치인의 정신건강을 조사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을 비판하던 중 여성인 헤일리 전 대사를 겨냥해 문제의 발언을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9일 백악관 출입기자협회 연례 만찬 행사 연설 중 파안대소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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