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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지금 1차대전 직전과 비슷”…데탕트 주역 키신저의 ‘경고’

등록 2023-05-18 14:04수정 2023-05-19 02:45

영국 <이코노미스트> 인터뷰
“AI가 미-중 충돌 촉진할 것”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

미-중 데탕트의 주역인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세계는 1차대전 전야 같은 위험천만한 상황에 놓여 있으며, 인공지능(AI)이 양 대국의 전면전 발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17일치 영국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이 패권 경쟁을 가속화하면서 “세계는 어느 쪽도 정치적 양보의 여지가 거의 없기 때문에 균형에 대한 어떤 식의 교란도 재앙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전형적으로 1차 세계대전 직전과 비슷한 상황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중 충돌에 의해 3차대전이 발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배경에는 양쪽의 ‘전략적 오해’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에는 미국이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기에 자국이 그 지위를 대체해야 하며, 미국은 결코 중국을 평등하게 대할 의사가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고 했다. 또 미국 쪽에는 중국이 세계 지배를 추구한다는 오해가 퍼져 있다고 했다. 그는 하지만 “중국은 강해지려고는 하나 히틀러처럼 세계를 지배하려고는 하지 않는다”고 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미-중이 전면전으로 치닫지 않고 공존할 수도 있겠지만, 당장 대만이 전략적 대결 의도와 전략적 오해를 시험하는 무대가 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1972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과 마오쩌둥 중국 주석이 대만 문제를 논의한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마오 주석은 대만에 대해 “그들은 한 줌의 반혁명분자들”이라면서도 “우리는 100년을 기다릴 수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들어 무역 문제로 중국을 압박하면서 서로 양보하자는 취지의 100년짜리 합의는 50년으로 줄었다며, 대만 문제에서도 이를 반복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 일각에서는 중국이 패하면 민주적이고 평화적인 국가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중국공산당의 붕괴는 내전과 치열한 이념 투쟁으로 세계의 안정을 위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중국이 해체되는 것은 우리에게 이롭지 않다”고 말했다.

이달 27일 100살 생일을 맞는 그는 인공지능(AI)이 국제정치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책을 낼 예정이라며 인공지능이 미-중 충돌을 촉진하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세력 균형과 기술이 전쟁에 대해 가지는 의미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세계가 이에 대한 ‘합의된 원칙’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통제를 받지 않는 자율무기 개발로 이어지고, 그에 따라 전쟁 개시 여부나 작전 결정도 알고리즘에 의존하게 되면서 전쟁의 파괴력과 비인간적 측면이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 국부부는 지난 2월 한국과 네덜란드가 공동 주최한 ‘인공지능의 책임 있는 군사적 이용에 관한 고위급 회의’(REAIM·이하 고위급 회의)에서 인공지능의 군사적 이용과 관련해 각국이 지켜야 하는 ‘정치적 선언’의 초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안엔 △인공지능의 능력은 국제인권법 규범들에 부합해야 하고 △핵무기 사용과 관련한 결정에선 모든 단계마다 인간의 통제와 개입을 유지해야 하며 △인공지능 능력을 발전시키는 데 고위 당국자들의 감독이 보장되어야 한다 등 12개 원칙이 담겼다. 키신저 전 장관은 인공지능은 5년 안에 안보 영역에서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기에 미-중이 5~10년 안에 인공지능의 군사화 문제에 대한 합의를 보지 못하면 재앙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결국 파멸적 충돌을 막을 방법은 ‘냉정한 외교’밖에 없다고 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나아가 일본이 5년 안에 핵개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예견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북.중의 핵 위협에 노출돼 있는 일본은 약 6천 발의 핵탄두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과 그 제조 기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으로 전용할 수 있는 고도의 로켓 기술을 갖추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부통령 시절이던 2016년 6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일본은 하루 만에 핵을 만들 능력이 있다”고 말한 적이 있음을 공개한 바 있다. 일본처럼 완벽한 핵 잠재력(Nuclear Latency)이 있지만 ‘비핵 3원칙’ 등으로 핵 보유와 거리를 두는 선택을 ‘일본 옵션’(Japan Option)이라 부른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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