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이달 9일 백악관에서 연방정부 부채 한도 인상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했다가 나흘 만인 21일(현지시각) 밤늦게 백악관에 돌아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튿날 다시 연방정부 부채 한도 인상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미국 연방정부가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 날짜(이르면 6월1일)를 단 열흘 앞둔 시점에 다시 합의를 시도하는 것이다.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22일 백악관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3차 회동을 한다고 21일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히로시마를 출발해 미국으로 돌아오는 전용기에서 매카시 의장과 통화해 3차 회동 날짜를 잡았다. 그는 애초 주요 7개국 정상회의를 마치고 파푸아뉴기니와 오스트레일리아를 방문할 계획이었으나 부채 한도 협상을 이유로 취소했다. 양쪽은 이날 저녁 실무 협상을 재개했다.
매카시 의장은 “내 생각에 대통령과의 통화는 생산적이었다”며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고 <엔비시>(NBC) 방송에 말했다. 그는 “하지만 난 처음부터 우리가 지난해에 쓴 것보다 적게 써야 한다고 그에게 말해왔다”고 했다. 지난해보다 연방정부 지출 규모를 줄이지 않으면 부채 한도 인상에 합의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히로시마를 떠나기 직전 기자회견에서 공화당의 입장은 “솔직히 말해 수용할 수 없다”며 “그들은 극단적 입장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수정헌법 제14조를 발동하는 방안도 검토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연방정부 채무의 성실한 상환을 규정한 수정헌법 조항을 근거로 의회의 동의 없이도 부채 한도를 올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우리에게는 그럴 권한이 있다고 본다”면서도, 이에 대한 법적 이의 제기로 결국 디폴트를 막지 못할 가능성을 고려하면 시간이 늦었다고 설명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이날도 <엔비시>에 출연해 자신이 예고해온 디폴트 예상 시점인 6월 초라는 점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나는 최근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6월 초, 이르면 6월1일에 우리가 모든 채무를 갚지 못하는 상황이 닥칠 것이라고 했다”며 “이런 평가는 바뀌지 않았다”고 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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