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중심가의 총격 사건 현장에서 피해자들 차량 주변에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있다. <폭스13> 채널 화면 갈무리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승용차에 타고 신호대기 중이던 한인 부부가 ‘묻지마 총격’을 당해 임신 상태였던 아내와 응급 수술로 태어난 신생아가 숨졌다.
<시애틀 타임스> 등 현지 언론은 13일 오전 11시(현지시각)께 시애틀 번화가인 벨타운 지역에서 차에 타고 있던 30대 권아무개씨 부부가 총격을 받아 아내가 숨졌다고 보도했다. 권씨도 총상을 입었고, 치료를 받은 뒤 퇴원했다.
총격 직후 의료진은 임신 32주째로 위독한 상황에서 병원으로 후송된 권씨 아내에게 응급 수술을 실시했다. 하지만 생존한 채 밖으로 나온 아기는 곧 숨이 멎었다. 4발의 총상을 입은 권씨 아내도 이 직후 사망 판정을 받았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범행에 사용한 총을 버리고 달아나던 30살 남성을 체포했다. 경찰은 그가 ‘테슬라 차량 안에 총이 있는 것을 보고 총격을 가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 주변에 설치된 카메라에 담긴 동영상을 확인한 결과, 범인은 교차로에서 정차한 차량의 운전석 쪽으로 달려들면서 다짜고짜 총을 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그 전까지 피해자들과 총격범 사이에 어떤 접촉도 없었다고 밝혔다. 총격범과 권씨 부부는 전혀 모르는 사이였다고 한다. 범행에 사용된 총기는 인근 지역에서 도난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영주권자로 2살 아이 한명을 길러온 권씨 부부는 2018년 개업한 자신들의 일식당으로 출근하다 근처에서 화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을 닫은 일식당 앞에 사람들은 꽃을 놓아 추모했다. 권씨 아내의 친구인 마이클 호일은 현지 언론에 “내 친구는 정말로 베푸는 사람이고 가장 이타적인 사람이었다”며 “(총기) 정책이 바뀌지 않으면 이런 일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6일에는 텍사스주 댈러스 교외의 아웃렛 주차장 부근에서 인종 혐오가 범행 동기로 보이는 총기 난사로 한인인 조아무개(38)씨 부부와 이들의 3살 아이를 비롯해 8명이 목숨을 잃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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