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에서 열리는 콘퍼런스에 참여한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이 남편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 선밸리/AFP 연합뉴스
백악관과 마이크로소프트(MS)는 중국 해커들이 미국 정부기관들을 해킹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12일 밝혔다. 수출 통제 등 중국에 대한 경제적 압박을 이끄는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의 이메일도 해킹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백악관 등에 따르면, 중국 해커들은 5월 중순부터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피스 365’를 쓰는 국무부와 상무부 등의 이메일을 해킹했으며, 이런 사실은 지난달 16일 국무부 보안팀이 이메일 로그 기록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처음 발견됐다. 조사에 나선 마이크로소프트는 정부기관들을 비롯해 25개 기관이 해킹을 당한 사실을 밝혀냈다. 미국 하원 인사들도 해킹 표적이 됐다.
해커들은 관련 부처들에 대해 전면적인 해킹을 시도한 게 아니라 특정인들을 목표로 삼은 것으로 조사됐다. 연방수사국(FBI)은 해킹 피해 범위와 해킹 세력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미 정부 당국자들은 몇 명이 피해를 입었는지는 밝히지 않으면서 민감한 정보는 유출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미국 언론들은 이 사실을 전하며 러몬도 상무장관의 이메일도 해킹됐다고 보도했다. 러몬도 장관은 중국에 대한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 통제 등을 이끌어온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대표적 대중 매파로 불리는 인물이다. 그는 최근 중국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에 이어 중국 방문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타임스>는 마이크로소프트나 미국 정부는 해킹의 주체를 공개적으로 지목하지는 않으면서도 중국 정부 쪽 소행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국무부는 블링컨 장관의 방중 직전에 해킹 사실을 포착했으나 이번 방중과 해킹은 직접 관련이 없다는 설명을 내놨다고 했다. 마크 워너 상원 정보위원장은 “중국 정보기관의 심각한 사이버 보안 침해 행위로 보이는 사건에 대해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이 발표를 전면 부인했다. 중국 외교부는 자국 정부가 이번 해킹의 배후라는 주장은 허위 정보라면서, 외국을 상대로 한 해킹은 미국 정부가 하는 행위라고 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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