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아이오와주 디모인에서 열린 공화당 행사 연단에 서 있다. 디모인/AFP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독주 체제를 이어 가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첫 텔레비전 토론 불참을 선언했다. 그는 토론 시간대에 별도 인터뷰 공개로 관심을 자기한테 끌어올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갈 길이 바쁜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2위 자리마저 위협받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대중은 내가 누구인지, 얼마나 성공적인 대통령이었는지 안다”며 “그러므로 토론에 나가지 않겠다”고 밝혔다. 굳이 자신에 대해 더 알릴 필요가 없으니까 23일 공화당 경선 주자 첫 텔레비전 토론에 나가지 않겠다는 말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6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도 “왜 지지율이 1%, 2%, 0%인 사람들이 밤새 나를 공격하도록 놔둬야 하나”라며 불참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급이 안 맞는 주자들과 동석해봤자 실익이 없다는 주장이다. 이후 그가 토론회에 전격적으로 참여해 더 관심을 끌려는 셈법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이번 선언으로 불참이 확실해졌다. 토론을 개최하는 공화당 전국위원회 인사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머무는 뉴저지주 베드민스터 골프클럽으로 찾아가고, 이를 중계하는 폭스뉴스도 참여를 설득했지만 소득이 없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다음달에 열릴 두번째 토론에도 불참할 가능성을 띄운 상태다. 그는 두번째 토론이 열리는 레이건 기념도서관 이사장이 자신에게 비판적인 신문인 워싱턴포스트의 전 발행인 프레드 라이언이라는 이유를 들고 있다.
현재로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토론을 전부 거부할지 여부를 알긴 어렵다. 하지만 첫 토론부터 불참하는 점을 보면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당의 공식 행사도 무시하겠다는 태도가 드러난다. 게다가 첫 토론이 진행되는 시간에 자신의 인터뷰를 내보내 토론에 대한 관심을 꺾는 ‘반칙’을 저지르려는 계획까지 세워놨다는 보도가 나왔다. 워싱턴포스트는 그가 토론 시간대에 폭스뉴스 진행자 출신인 터커 칼슨과의 인터뷰를 인터넷으로 방영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19일 뉴햄프셔주 뉴포트에서 유세 중 질문을 듣고 있다. 뉴포트/로이터 연합뉴스
지금까지 후원자 4만명 확보 등 토론 참가 기준을 충족한 후보는 트럼프 전 대통령, 디샌티스 주지사,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대사, 자산운용사 경영자 비벡 라마스와미,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 팀 스콧 상원의원, 에이사 허친슨 전 아칸소 주지사,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다. 하지만 공화당원들의 반 이상이 지지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없으면 텔레비전 토론은 김빠진 행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한때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강력한 대항마로 꼽히던 디샌티스 주지사는 더 아래로 추락하면서 재역전의 가망이 점점 옅어지고 있다. 20일 발표된 시비에스(CBS) 여론조사에서 그는 공화당 지지층한테 16%의 지지를 받으면서 62%를 얻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한참 뒤졌다.
전날 공개된 에머슨대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56%의 지지율로 10%에 그친 디샌티스 주지사를 역시 46%포인트나 앞섰다. 그런데 이 조사에서 디샌티스 주지사는 인도계 경영자 라마스와미와 동률을 기록했다. 디샌티스 주지사로서는 이 추세가 이어지면 지지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지고 2위 자리마저 내줄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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