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 매코널 미국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가 26일 기자회견 도중 말이 끊긴 채 전방을 응시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건강 이상설에 시달리는 미치 매코널 미국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또다시 30여초간 말을 못하고 얼어붙은 모습을 보였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30일 지역구인 켄터키주 커빙턴에서 기자들과 만나 2026년 상원의원 선거에 다시 출마할 계획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뭐라고 물었냐”고 되물은 매코널 원내대표는 질문을 이해하고는 답하려던 순간 갑자기 입을 열지 못하고 허공을 응시했다. 측근이 다가와 “의원님, 질문을 들었습니까”라고 묻자 어눌한 말씨로 “그렇다”고만 하고 여전히 말을 잇지 못했다. 이런 상황이 약 30초간 이어졌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이후 질문을 다시 받기 시작했지만 첫번째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넘어갔다. 이어진 두 질문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고 답변도 분명하게 하지 못했다.
기자간담회 뒤 매코널 원내대표의 대변인은 그가 “잠시 어지러움을 느꼈다”며 “건강은 괜찮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중을 기하기 위해 의사를 만날 것이라고 했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지난달 26일 의사당 기자회견 중 갑자기 말을 멈춘 뒤 이번처럼 20초가량 멍한 표정으로 앞을 응시하다 부축을 받고 자리를 옮겼다. 그때도 보좌진은 잠시 머리가 어지러웠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연로(81)한 매코널 원내대표가 이런 장면을 거듭 연출하자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커지고 있다. 그는 올 초에 연단에서 넘어져 뇌진탕과 갈비뼈 골절을 겪기도 했다.
건강 이상설은 공화당의 상원 1인자인 매코널 원내대표가 2027년 1월까지인 상원의원 임기를 채울 수 있겠냐는 지적으로 이어진다. 7선인 그는 2007년부터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를 맡아왔다. 그는 일부 공화당 강경파와는 달리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지지하고, 공화당의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비판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매코널 원내대표가 얼어붙은 모습을 한 두 장면을 영상으로 검토한 신경과 의사들은 국소발작 여부를 검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고 전했다. 의식을 잃지는 않지만 말을 못하고 허공을 멍하게 바라보는 게 국소발작의 전형적 증상이다. 머리에 입은 충격이 국소발작의 원인일 수 있다.
매코널 원내대표의 건강 이상설은 그보다 1살 적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건강에 대한 의문으로도 이어진다. 내년 대선에 재출마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건강에 문제가 없으며 재선 뒤 대통령직 수행에도 자신이 있다는 설명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이날 매코널 원내대표 소식을 듣고는 “우리 사이에는 정치적 이견이 있지만 그는 좋은 친구”라며 안부 전화를 하겠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매코널 원내대표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같은 모습을 보였을 때도 안부 전화를 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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