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이 19일 하원 과학·우주·기술위원회 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지난달 말 중국 화웨이가 판매에 들어간 신형 휴대폰에서 수출 통제 대상 반도체 기술이 쓰인 것에 대해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이 양산 능력에 의문을 제기했다.
러몬도 장관은 19일 하원 과학우주기술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우리는 화웨이가 7나노미터(㎚) 반도체를 양산할 수 있다는 증거를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러몬도 장관은 또 자신이 중국을 방문하는 기간에 화웨이가 첨단 반도체가 들어간 휴대폰을 출시한 것에 대해 “속상했다”고 했다.
이런 발언은 화웨이가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 중신궈지(SMIC)를 통해 만들었다는 7나노 반도체 칩 ‘기린 9000S’의 대량 생산 능력을 의심하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러몬도 장관은 이런 판단의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화웨이는 이 칩이 들어간 휴대폰 ‘메이트 60 프로’를 올해 1500만대, 내년에 7천만대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미국의 강력한 제재를 받아온 화웨이가 수출 통제 대상인 기술을 이용한 휴대폰을 내놓은 것에 대해 미국 정치권 등에서는 수출 통제에 구멍이 뚫렸다는 질타가 나왔다. 중국이 자체 기술력으로 수출 통제를 무력화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마이클 매콜 하원 외교위원장 등 공화당 의원들은 수출 통제가 느슨하기 때문이라며 화웨이 및 중신궈지와 미국 기업들의 거래를 완전히 차단하라고 요구했다.
상무부는 화웨이 스마트폰에 7나노 반도체가 탑재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미국 기술이 쓰였을 가능성이 짙다며 이 칩의 특성과 구성 요소를 분석하겠다고 했다. 러몬도 장관은 “우리는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중국이 우리를 해치는 기술을 발전시키는 능력에 접근하는 것을 차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조사에 대해서는 자세히 말하지 않은 채 상무부는 수출 통제를 위반한 것으로 보이는 사례는 모두 조사하겠다고 했다.
미국은 중국에 대해 14나노 이하 반도체 칩의 생산이 불가능하도록 제조 장비 수출 통제를 시행하고 있다.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8년은 유지하겠다는 구상이다.
러몬도 장관은 청문회에서 미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 유치를 위해 보조금을 주는 ‘칩과 과학법’을 통해 지원을 받으려는 기업들의 투자의향서가 500개 이상 접수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 법에 따른 보조금을 받는 기업들의 중국 사업 확장을 제한하는 규정(가드레일)의 최종 내용이 언제 나오냐는 질문에 몇주 안에 나올 것이라고 답했다. 또 “보조금의 1센트도 중국이 우리를 앞서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도록 바짝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 상무부는 앞서 보조금 수령 기업은 중국 내 반도체 생산 능력을 10년간 5% 이상 늘리지 못하게 하고 중국 기업과의 공동 연구도 제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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