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26~28일 워싱턴을 방문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을 만난다고 미국 국무부가 23일 밝혔다. 다음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미-중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일정으로 보인다.
국무부는 왕 부장의 방미 일정을 알리면서 “블링컨 장관과 왕 부장은 양국 관계를 책임 있게 관리하면서 열린 소통 채널을 유지하려는 노력 차원에서 양자, 지역, 세계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왕 부장의 방미는 미-중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미-중은 다음달 15~17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양자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시 주석은 2017년 4월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다음달에 샌프란시스코에 온다면 6년 반 만의 방미다.
시 주석과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첫 정상회담을 했지만 아직 상대국을 방문하지는 않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7년 11월 베이징을 답방한 뒤로 관계가 계속 악화하는 가운데 미·중 정상은 6년간 상대국 땅을 밟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허리펑 중국 경제 담당 부총리도 재닛 옐런 재무장관과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등을 만나려고 방미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미국 프로농구 리그에서 활약한 야오밍 중국농구협회 주석이 뉴욕 방문을 계획하는 등, 중국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쪽과의 분위기 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이 이달 9일 베이징을 방문한 척 슈머 민주당 원내대표 등 미국 상원 대표단에게 “중-미 관계를 개선할 이유는 천 가지나 된다”고 말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1년 만에 회담이 다시 성사된다면 미·중 정상은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를 비롯한 중국 견제, 대만, 남중국해, 우크라이나 전쟁, 북핵,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 거래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이 이어진다면 역시 주되게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14일 왕 부장과 통화해 “다른 당사자들이 분쟁에 개입하지 않도록 안정을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란 등 외부 세력이 이-팔 분쟁에 끼어들지 않도록 중국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취지의 요청이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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