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26일 국무부 청사에서 회담장으로 들어가기 전 악수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26일 미국을 방문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을 만나 양국 간 현안들을 논의하고 다음달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미-중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협의했다.
미-중 외교 수장들은 이날 국무부에서 회담하기 전 기자들 앞에서 양국 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발언을 내놨다. 먼저 블링컨 장관이 “이틀 동안의 건설적 대화가 매우 기대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에 왕 부장은 블링컨 장관 발언이 간략하다는 뜻으로 “어? 너무 짧은데…”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낸 뒤 비교적 길게 미-중 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심도 있고 포괄적인 대화가 필요하다며 “우리는 양국 관계를 안정화하면서 건강하고, 안정적이며, 지속 가능한 발전의 길로 되돌려놓도록 협력 확대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양국은 중요한 이해관계와 함께 해결해야 할 도전들을 공유하고 있다”며, 블링컨 장관과 “건설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했다. 그는 양국의 경쟁이나 갈등을 언급한 뒤 “역사가 공정한 판결을 내릴 것”이라며 뼈 있는 한마디도 했다.
블링컨 장관은 왕 부장 발언에 동의한다고 했다. 왕 부장이 관계 개선 의지를 여느 때보다 분명히 밝히고, 블링컨 장관도 이에 호응하는 태도를 보인 셈이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업무만찬까지 이어진 회담을 통해 두 사람이 “양자 관계 및 지역과 세계 문제”를 논의했으며 “블링컨 장관은 미국은 우리와 우리 동맹, 파트너들의 이익과 가치를 옹호할 것이라는 점을 다시 강조했다”고 말했다. 또 블링컨 장관이 회담 도중 전해진 리커창 전 중국 총리의 별세 소식에 애도를 표했다고 전했다.
27일에도 만나는 미-중 외교 수장들은 미국의 대중 수출 통제, 남중국해, 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충돌 등 양자 관계와 세계의 주요 현안들에 대한 각자의 견해를 밝히고 갈등 관리와 협력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밀러 대변인은 “북한 문제도 논의될 것”이라고 했다.
왕 부장은 이날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과도 회담한다. 왕 부장이 백악관에 들른 기회에 조 바이든 대통령을 예방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왕 부장과 미국 쪽 인사들은 다음달 15~17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이 예상되는 시진핑 주석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정상회담 의제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이 만난다면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정상회담 뒤 1년 만의 재회가 된다. 시 주석으로서는 2017년 4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 회담한 뒤 6년 반 만의 방미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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