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22일 주요 20개국(G20) 화상 정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백악관이 미국 거주 시크교 분리주의자 암살 시도에 대해 인도 정부에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22일 조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에 사는 시크교 독립운동가 쿠르파완 싱 파눈에 대한 암살 기도에 인도 정부가 연루됐다는 정보에 따라 지난 여름 경고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시크교는 인도 북부 펀자브주에서 생겨난 종교(전체 인구의 2%)로 중앙 정부로부터 독립하려는 성향을 보여왔다.
미국 관리들은 신문에 파눈을 암살하려던 시도는 좌절됐으며, 백악관은 인도 정부에 이에 대한 조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암살 시도가 어떻게 차단됐는지는 구체적으로 전해지지 않았지만, 용의자 1명은 뉴욕 법원에 기소된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행정부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6월 미국 국빈방문 뒤 이런 경고를 전달했다고 한다.
에이드리엔 왓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은 “우리는 이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다루고 있으며, 미국 정부는 고위급을 비롯한 차원에서 인도 정부에 문제 제기를 했다”면서 “인도 정부는 이에 놀라움과 우려를 표현했고 이런 성격의 행동은 자신들의 정책과 다르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또 인도 정부가 이에 대해 조사하고 있으며 미국은 “관련자에게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점을 밝혔다”고 말했다.
이 보도는 지난 6월 캐나다에서 발생한 시크교 분리주의자 암살에 인도 정부가 관여했다는 논란과도 이어진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지난 9월 “인도 정부 요원들”이 캐나다 시민권을 지닌 시크교 분리주의자를 살해하는 데 연루됐다며 항의했다. 이 직후 캐나다와 인도는 외교관들을 맞추방하며 대립했다.
미국에서도 인도 정부가 이와 비슷한 암살을 시도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강한 힌두 민족주의 성향을 보이며 인권을 탄압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모디 정부에 대한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해 인도와 밀착을 강하게 추진해왔다.
워싱턴포스트는 바이든 대통령이 모디 총리의 방미 때 인권 문제를 제기했지만 시크교 분리주의자 암살 기도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인도 외교부는 이 보도 내용과 관련해 미국 정부가 “테러리스트들”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했다며 모호한 반응을 보였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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