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 주도 찰스턴 근교에 있는 석탄화력발전소.
지난 20년 동안 미국에서 석탄 화력발전으로 46만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루커스 헤네먼 조지메이슨대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23일 1999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의 480개 석탄화력발전소의 대기 중 유해 물질 배출과 메디케어(65살 이상 의료 보장 제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런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은 연구 결과에서 이 수치는 그동안 추산해온 석탄 화력발전에 의한 조기 사망자 규모의 2배에 이른다고 밝혔다. 또 초미세먼지 PM2.5(지름 2.5㎛ 이하의 먼지)가 다른 대기오염 물질보다 2배 더 치명적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밝혀냈다고 설명했다. 기존 연구들은 PM2.5의 위험성을 다른 물질들과 같게 평가했다. PM2.5는 천식, 심장병, 저체중아, 암 등을 유발한다.
연구팀은 각 석탄 화력발전소가 배출하는 유독 물질이 바람을 타고 어느 지역으로 이동했는지를 근거로 연간 유독 물질 노출 정도를 측정하고 6억5천만건의 메디케어 자료와 비교·분석했다. 석탄 화력발전소가 사망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지역은 인구 밀집 지역과 발전소 위치가 근접한 미시시피강 동쪽의 오하이오주와 펜실베이니아주 같은 곳으로 조사됐다. 미국의 모든 석탄 화력발전소는 20년 간 발전소 한곳 당 각각 600명의 사망과 연관됐다. 그 중에 10곳은 5천명의 사망과 연관된 것으로 분석됐다.
헤네먼 교수는 “석탄에 의한 대기 오염은 그동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해로운데 우리는 이를 다른 것들과 비슷한 하나의 대기 오염 물질로만 취급해왔다”, “이번 연구를 통해 밝혀진 증거는 환경보호국이 대기를 정화하기 위해 비용 효율이 높은 해법을 찾아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영국 가디언이 전했다.
연구팀은 환경 규제의 중요성도 재확인했다고 했다. 사망 46만건 중 약 85%는 1999년부터 2007년 사이에 발생했다. 이후엔 다수의 석탄 화력발전소들이 폐쇄되고 새 환경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대기오염 물질 포집 장치가 설치되면서 사망 건수가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1999~2007년에는 석탄 화력발전으로 인한 연평균 사망자가 4만3천명이었으나 2020년에는 1600명으로까지 줄었다.
미국에서는 현재 200여개의 석탄화력발전소가 가동돼 전력 생산의 20%를 맡고 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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