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제철이 미국 철강기업 ‘유에스(US) 스틸’을 사들이기로 한 데 대해 백악관이 “국가 안보”를 앞세워 “철저한 조사”를 예고했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21일(현지시각) 성명을 내어 “조 바이든 대통령은 상징적인 미국 기업을 외국 기업, 그게 아무리 가까운 동맹국의 기업이라고 해도 국가 안보와 공급망 신뢰도에 끼칠 잠재적인 영향을 생각할 때 매각을 철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브레이너드 위원장은 국내 철강 산업이 미국의 경제와 국가안보 측면에서 중요하다며, 정부는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신중한 검토를 지지한다고 했다. 외국인투자심의위는 외국 기업의 대미 투자가 국가 안보에 미칠 영향을 따지는 기관이다. 안보 침해 등 각종 우려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시정 조처를 요구하고 대통령에게 거래 불허를 권고할 수 있다.
일본제철은 지난 18일 미국 피츠버그를 기반으로 한 유에스 스틸을 약 141억달러(약 18조350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유에스 스틸은 백악관 성명과 관련해 로이터 통신에 매각 발표 당일 일본제철과 함께 미 재무부에 자발적으로 외국인투자심의위의 조사를 받겠다고 밝힌 상태라고 설명했다. 유에스 스틸은 일본제철이 유에스 스틸 직원을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일본은 미국에 중요한 동맹”이라고 했다. 일본제철의 모리 다카히로 부사장은 블룸버그 통신에 “(이번 인수 건이)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를 통과할 것이라는 데에 아무런 우려가 없다”라고 말했다.
백악관의 이날 성명은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 미국 철강노동조합(USW)이 입을 모아 일본제철의 유에스 스틸 인수를 반대한 뒤 나왔다. 철강노조는 이번 계약이 국내 철강 산업의 미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데이비드 맥콜 철강노조 위원장은 이날 성명을 내어 “유에스 스틸은 노동자와 지역 사회, 국가의 지속적인 제조 수요 충족 능력을 희생하더라도 주주를 위한 단기적 재정 이익이 최우선이자 유일한 우선순위임을 여러 차례 분명히 밝혔다”라면서 이번 거래가 노동자에게 이익이 되고 국가 안보에 부합하는지 정부가 면밀히 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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