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텔아비브 근교에 있는 인텔 ‘스마트 빌딩’ 입구.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반도체 업체 인텔이 이스라엘군이 하마스 소탕을 이유로 공격을 가하고 있는 가자지구와 42㎞ 떨어진 생산시설에 250억달러(32조3575억원)를 투자해 반도체 생산라인을 증설하기로 했다.
이스라엘 정부와 인텔은 26일 인텔이 이스라엘 남부 키랴트가트에 새로운 생산라인을 건설하기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스라엘 역사상 외국 기업의 최대 규모 투자”라고 밝혔다.
인텔은 4곳의 생산시설과 연구소를 둔 이스라엘에 50년에 걸쳐 500억달러를 투자한 상태다. 현재 키랴트가트 생산시설에서 7나노미터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는 인텔은 증설하는 생산시설에선 이보다 정밀한 5나노미터 반도체를 만들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은 키랴트가트의 생산시설을 증설하는 것은 “미국과 유럽에서의 제조 분야 투자 계획과 함께 보다 회복력 있는 글로벌 공급망을 발전시키려는 노력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또 “이스라엘 정부의 지원은 이스라엘이 반도체 기술과 제조 능력의 세계적 중심으로 남아 있도록” 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언론들은 이스라엘 정부가 이번 생산시설 증설을 위해 32억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6월 인텔의 키랴트가트 생산시설 확대 계획을 언급한 바 있다. 인텔은 당시엔 이를 확인해주지 않았다.
인텔과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내 군사 작전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날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사업상의 필요가 주된 것이겠으나, 인텔이 이번 충돌 상황과 관련해 이스라엘과 네타냐후 정부를 지원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은 “이스라엘이 순전한 악을 상대로 전쟁을 하는 시기에 발표된 이번 투자는 인류의 진보를 위한 올바르고 정의로운 가치에 대한 투자”라고 주장했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는 앞선 10월7일 팔레스타인의 무장정파 하마스의 공격으로 촉발된 이번 전쟁에 2만명의 이스라엘 직원들 중 17%가 예비군으로 복무하고 있고, 가족을 잃은 직원들이 있으며, 피랍자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최근의 공격과 그것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매우 슬퍼하고 있다”며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 의사를 나타내기도 했다. 인텔은 이번 사태에도 이스라엘에서 생산 차질은 빚어지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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