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항공청 ‘보잉737 맥스 9’ 기종 운항 중단
미국에서 177명을 태우고 운항 중이던 여객기의 동체 벽면이 떨어져나가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미국 연방항공청은 문제의 보잉 기종의 운항을 중단시켰다.
5일 저녁 오리건주 포틀랜드 공항을 이륙해 캘리포니아주 온타리오로 향하던 알래스카항공의 ‘보잉737 맥스 9’ 기종 여객기에서 비행 10분 만에 큰 굉음과 함께 창문 쪽 벽면이 떨어져나갔다. 구멍은 사람이 빠져나갈 정도로 컸고, 좌석 위에서는 비상용 산소마스크가 내려왔다. 승객 171명과 승무원 6명을 태운 비행기는 포틀랜드 공항으로 회항했다.
구멍 쪽 승객들 승무원들 안내에 따라 피신하고, 다른 승객들도 안전벨트를 착용한 덕에 사망자는 물론 크게 다친 사람도 없었다. 하지만 승객들은 회항하는 동안 세찬 바람을 맞으며 공포에 떨었다. 일부는 삶의 마지막 순간이 왔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승객 비 응우옌은 “왼쪽을 보니 벽이 사라진 상태였다”며 “맨 처음 든 생각은 ‘난 죽는구나’였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다른 승객은 구멍이 “냉장고만큼 컸다”고 했다.
승객 스테퍼니 킹은 “한 여성은 ‘내 아들, 내 아들, 애 셔츠가 (바람에) 빨려들어갔어’라며 울부짖었다”며 “핸드폰, 신발, 셔츠가 구멍 밖으로 빠져나갔다”고 시엔엔(CNN)에 말했다. 킹이 말한 여성은 구멍 쪽 3개 좌석 중 복도 쪽, 여성의 10대 아들은 중간에 앉아 있었다. 구멍 바로 옆 자리는 비어 있었다. 킹은 “남자 친구와 엄마에게 무슨 일인가 일어났고, 당신들을 사랑한다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고 했다.
미국 연방항공청은 6일 사고 기종 운항을 중단시켰다. 미국 항공사들 중 가장 많은 79기의 ‘보잉737 맥스 9’을 운용하는 유나이티드항공은 이 조처로 이날 60편이 결항했다고 밝혔다.
사고기는 지난해 11월에 투입된 새 비행기였다. 구멍이 난 이유는 공식적으로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비상구가 있던 자리를 막아놓은 게 떨어져나간 것으로 보인다. 이 기종의 일부 여객기들에 좌석을 애초 설계보다 적게 배치하면서 불필요해진 비상구를 막아놨는데 그쪽 벽체가 압력에 파손됐다는 것이다. 보잉은 연방항공청 명령이 나온 직후 낸 성명에서 “우리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며, 이번 사고가 우리 고객들과 그들의 승객들에게 끼친 충격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보잉737 맥스’ 시리즈는 전에도 두 차례 큰 사고를 일으킨 바 있다. 2018년에는 인도네시아 근해에서 ‘737 맥스 8’ 기종이 추락해 탑승자 189명이 모두 숨졌다. 이듬해에도 에티오피아에서 이 기종이 이륙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추락해 탑승자 157명 전원이 사망했다. 두 번째 사고 뒤 ‘737 맥스’ 시리즈는 세계적으로 운항이 중단됐다. 이 기종은 사고 원인으로 밝혀진 비행통제장치 등을 교정하고 2020년 말 다시 운항 허가를 받았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