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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투표용지에 이름 없어도…바이든, 뉴햄프셔 프라이머리 압승

등록 2024-01-24 15:49

‘미등록 후보’ 상태에서 필립스·윌리엄슨 가볍게 제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3일 버지니아주 머내서스에서 열린 임신중지권 보장 촉구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머내서스/로이터 연합뉴스

23일(현지시각) 미국 공화당의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 승자가 누가 될지에 눈길이 쏠려 있는 사이에 조 바이든 대통령도 민주당 프라이머리에서 1위를 차지했다. 로이터 통신은 90%가량 개표가 진행된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68%를 득표해 딘 필립스 민주당 하원의원과 작가 메리앤 윌리엄슨 등을 쉽게 눌렀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그의 승리 자체보다는 투표용지에 이름도 없는데 1위에 올랐다는 사실이 더 관심을 끈다. 민주당도 애초 공화당과 맞춰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를 진행해왔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의 요구로 올해부터는 2월3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프라이머리를 첫 경선으로 지정했다. 아이오와와 뉴햄프셔는 백인 비중이 90%가량으로 높다며, 첫 경선지는 “다양성을 반영”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이에 따라 아이오와는 우편투표로 진행해 3월 초에나 결과를 집계한다.

그러나 뉴햄프셔 주정부와 현지 민주당은 첫 프라이머리는 뉴햄프셔에서 한다는 주법을 근거로 프라이머리를 강행했다. 민주당 전국위원회는 이 결과를 공인하지 않기로 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후보 등록도 하지 않았다. 이에 뉴햄프셔주 민주당은 투표용지에 이름이 없다면 손으로 바이든 대통령 이름을 적어도 유효하다며 이를 독려하는 운동을 펼쳤다. 그 결과 비공식 경선이지만, 현직 대통령이 패하는 결과를 막을 수 있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첫 경선지를 바꾼 데는 2020년에 아이오와에서 4위, 뉴햄프셔에서는 5위에 그친 ‘악몽’ 때문이라는 게 일반적 해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4년 전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대승을 거두며 본선에 나설 수 있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첫 경선지 변경 뒤 아이오와나 뉴햄프셔에서 유세를 하지도 않았지만 ‘비공식 프라이머리’에서 1위를 하자 “내 이름을 적은 모든 이들에게 감사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바이든 대통령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가 진행된 이날 버지니아주 머내서스에서 열린 임신중지권 보장 촉구 행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직접 비판하며 양자 대결 구도를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미국에서 자유 박탈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사람은 트럼프”라고 주장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 2022년 6월 임신중지를 헌법적 권리로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례를 폐기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 판례 작성 51돌을 기념하는 행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눈 것은 임신중지권을 주요 선거 쟁점으로 부각시키려는 뜻으로 읽힌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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