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말까지 설계 확정해 매년 250기 생산
러시아와 합의한 ‘3분의1로 감축안’과 배치
러시아와 합의한 ‘3분의1로 감축안’과 배치
미국은 6천여기의 활성 핵탄두를 핵실험 없이 기존 핵기술을 이용해 신형 핵탄두로 교체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미 핵무기 개발을 총괄하는 린턴 브룩스 미 에너지부 핵안보담당 차관 겸 국가핵안보국(NNSA) 소장은 “올해 말까지 보다 신뢰도가 높고 테러리스트의 손에 넘어갔을 경우 원격 해제도 가능한 차세대 핵무기의 설계를 최종 확정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15일 보도했다. 브룩스 차관은 이 신문 회견에서 오는 11월까지 로스앨라모스 연구소와 로렌스 리버모어 연구소가 경합 중인 두 개의 설계안 가운데 하나를 차세대 핵무기 설계로 선택하게 될 것이며, 이를 근거로 2008년 예산안에 포함될 예비비용 추계치를 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형 핵탄두는 과거 소련의 핵시설들을 겨냥해 가볍고 작게 만들었던 기존 핵탄두 대신, 보다 크고 안정적이면서도 분실 시에는 원격 조정을 통해 자동 해체시킬 수 있는 ‘사용통제’ 기능을 갖추도록 할 예정이다.
‘신뢰할 만한 핵탄두 교체 프로그램’(RRWP)으로 명명된 이 개편작업은 2년 전 데이비드 홉슨 하원의원(공화·오하이오)이 제안한 것으로, 조지 부시 행정부가 2002년 발표한 핵태세검토보고서(NPR)에 따라 핵전력 재편의 일환으로 채택된 것이다. 이에 따라 거의 50년 가까이 된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텍사스, 테네시, 뉴멕시코 등 10여 개 주에 퍼져 있는 핵무기 공장과 시설들을 리모델링하고 통합하는 작업도 병행 추진된다.
미국은 옛 소련과 핵실험금지조약을 맺은 뒤 신형 핵탄두 개발 대신 기존 핵무기고 유지와 해체에 주력하면서, 핵탄두의 수명을 연장하는 데 주력해 왔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2002년 핵태세검토보고서 이후 새로운 설계를 통해 보다 강력하고 안전하면서 만들기 쉬운 차세대 핵탄두 개발 쪽으로 핵전략을 전환했다.
국가핵안보국의 한 관계자는 “미국은 매년 250기의 ‘신뢰할 만한 대체핵무기’를 생산해 5년마다 계속해서 기존의 핵무기를 교체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이는 토머스 다고스티노 국가핵안보국 부소장이 지난 6일 미국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오는 2022년까지 비축용으로 연간 125기의 신형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기본 생산능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힌 계획의 2배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미국의 이런 핵무기 개편 계획은 지난 2002년 러시아와 합의한 ‘전략공격용 전력감축협정’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 최근 관계가 악화된 러시아 쪽의 대응이 주목된다. 미국과 러시아는 2012년까지 전략핵무기를 현재의 3분의 1 수준인 1700~2200기 수준으로 감축하기로 했었다.
류재훈 기자, 외신종합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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