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국·국방부와 갈등
고스 국장 전격사임
체니 측근 헤이든 후임 유력
고스 국장 전격사임
체니 측근 헤이든 후임 유력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시대가 저물고 있는가?
포터 고스 미 중앙정보국 국장이 취임 18개월 만인 5일 전격 사임을 발표하면서 그 의미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고스 국장의 사임을 발표하면서 이유를 전혀 설명하지 않았다. 고스 국장도 침묵을 지켰다. 새 중앙정보국장으로는 공군 장성인 마이클 헤이든 국가정보국(DNI) 부국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고 미국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9·11 동시테러 이후 2004년 신설된 국가정보국이 ‘중앙정보국’을 길들이려 했고, 이에 저항하던 고스 국장이 결국 밀려난 것으로 보인다고 7일 보도했다. 15개 미 정보기구를 총괄하는 존 네그로폰테 국가정보국장이 중앙정보국의 기능을 정보수집 위주로 축소하려 했지만, 고스 국장은 주요 정보분석기관으로서 중앙정보국의 역할을 지켜내려 해 갈등이 계속됐다는 것이다. 니그로폰테 국장은 최근 중앙정보국의 대테러분석관들을 신설된 국가대테러센터에 배치하도록 결정했고 고스 국장은 이에 반발했다. 이 신문은 또, 앞으로 중앙정보국의 역할이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앙정보국은 자체 해외첩보 활동을 확대하는 국방부와도 갈등을 빚어왔다. 국방부는 미 국가 첩보예산의 80% 이상을 통제하고 있다. <에이피통신>은 헤이든이 중앙정보국장에 취임하게 된다면 군 장성들이 국가안보국(NSA)과 국방정보국을 비롯해 중앙정보국 등 주요 정보기관들을 장악하게 된다고 보도했다. 군사 전문 싱크탱크 ‘글로벌시큐리티’의 존 파이크 대표는 <에이피>에 “10년 전부터 미국의 외교정책은 군사정책으로 변화해 왔고, 군 출신이 중앙정보국을 이끌게 된 것은 중앙정보국 군사화가 정점에 달했다는 의미다. 우리는 전쟁중”이라고 말했다.
새 중앙정보국장으로 거론되는 헤이든은 군부의 대표적 정보 전문가로 딕 체니 부통령과 매우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고 시사주간지 <타임>은 전했다. 그는 해외 전자통신 감청·분석을 맡는 국가안보국 국장을 거쳐 국가정보국 2인자로 일하면서 ‘테러와의 전쟁’을 위한 정보 기능 강화정책을 적극 추진해왔다. 테러용의자에 대한 영장 없는 도청도 강력히 옹호하고 있다.
중앙정보국은 2차대전중 군 정보기구가 진주만 공격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비판 속에서 1947년 민간 정보기구로 설립됐으나, 이제 ‘테러와의 전쟁’이란 급류에 휘말려 국가정보국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