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중국해 항공기 추락 사고로 사망 추정 딘 중위
부인이 정보국 보고서에서 생존 실마리 찾아
부인이 정보국 보고서에서 생존 실마리 찾아
23살의 베벌리 셰이버는 결혼한 지 석 달 만에 군인이던 남편을 잃었다. 36년 뒤, 그는 남편이 어디엔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이제 73살인 세이버는 죽은 줄로만 알았던 전 남편 제임스 딘 해군 중위를 13년째 찾아 헤매고 있다.
1956년 5월, 23살의 셰이버는 24살의 딘 중위와 결혼한다. 그해 8월23일 딘 중위는 미 해군 머케이터 항공기를 타고 일본 이와쿠니 기지를 출발해 동중국해 상공에서 비밀 임무를 수행하던 중 항공기가 추락하는 바람에 동료 11명과 함께 실종된다. 사고가 난 뒤 미 해군은 “이런 사고에서 살아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며 실종된 병사들은 죽었다고 선언했다. 세이버도 남편이 죽었다고 생각했다.
사고가 일어난 지 36년 뒤인 1992년 어느날 세이버는 우연히 서점에서 <불운한 병사들: 소련내 미군 전쟁포로에 대한 워싱턴의 비밀스런 배신>이라는 제목의 집을 들춰보게 된다. 그는 이 책의 한 페이지에서 자신이 알고 있던 것과 전혀 다른 사실을 알게된다. 책에는 1956년 8월 동중국해에서 실종된 미군에 대해, “미국 정보국은 항공기 추락 후 2명의 생존자가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들의 존재를 비밀로 붙였다”고 기록돼 있었다.
세이버는 좀더 알아보기로 했다. 그는 1993년 기밀문서에서 해제된 1957년치 미 정보국의 보고서에서 2명의 생존자가 중국 남부 지역의 군인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그 중 한 명이 딘 중위와 비슷하다는 기록을 발견한다.
미국이 딘 중위의 존재를 비밀로 붙인 이유는 무엇일까? 셰이버는 “남편과 함께 근무했던 해군 항공기 조종사로부터 딘 중위가 비밀 임무를 수행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미 해군과 공군 항공기들은 공산주의 세력권을 방어하고 있는 지상 레이더 시스템을 밝혀내는 게 목표였죠. 적의 레이더망에 미군 항공기가 포착되는 순간에만 미군 항공기 뒤에 있던 다른 기술자들이 레이더 시스템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었습니다.”
중국은 당시 딘 중위와 동료들이 타고 있던 항공기가 중국의 레이더 시스템 등 민감한 군사시설의 정보를 캐내려 했기 때문에 항공기를 공격했다고 시인했다. 하지만 중국도 딘 중위의 현재 행방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밝혔다.
셰이버는 그동안 남편의 행방을 찾기 위해 중국을 두 번 찾았다. 1999년, 그는 은퇴한 중국 인민해방군 고위 장교를 만났다. 이 장교는 1956년 당시 추락한 미 항공기에서 2명의 병사를 체포했다고 세이버에게 말했다. 하지만 1년 후 그는 자신의 기억이 불분명하다고 말을 바꿨다. 그의 가족들은 그가 중국 정부 관계자가 없는 데서 인터뷰 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중국에서 딘 중위와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보고서는 모두 기밀문서로 분류돼 있다.
지난해부터는 딸 캐서린 세이버가 지친 어머니 대신 딘 중위의 행방을 찾기 시작했다. 캐서린 세이버는 자신이 근무하는 <워싱턴포스트>에 8일 낸 기사에서 “그가 죽었다는 결론을 내릴 수가 없다”고 전했다. 캐서린 세이버 기자는 “보고서에 기록된 포로 중 한 명과 딘 중위의 모습이 비슷하다는 내용에 자꾸 신경이 쓰이지만 딘 중위가 살아있다는 증거는 그게 전부”라고 덧붙였다.
베벌리 세이버는 “그가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그를 기다렸을 것”이라며 “50년이 지났더라도 죽었든 생포됐든 자신의 삶을 조국을 위해 바친 병사의 행방을 부인이 아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요”라고 되물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베벌리 세이버는 “그가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그를 기다렸을 것”이라며 “50년이 지났더라도 죽었든 생포됐든 자신의 삶을 조국을 위해 바친 병사의 행방을 부인이 아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요”라고 되물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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