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천연가스 및 석유산업 국유화를 선언한 볼리비아 정부가 이번에는 국가 전체 면적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14만㎢ 규모의 토지를 빈민들에게 나눠주겠다고 밝혔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그리스 면적 만한 산타크루스 지역의 저지대 토지를 31일부터 빈민들에게 나눠주기로 했다고 <에이피>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산타크루스 지역은 부유한 백인들이 주로 살고 있으며 천연가스 등 개발 사업이 활발한 경제 중심지로 볼리비아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에 이르는 경제규모를 지니고 있다. 좌파인 모랄레스 대통령의 정책을 반대하는 중심지이기도 한 이 지역 주민들은 이 조처에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모랄레스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현지 주정부 및 재계와 충분히 협의한 뒤 토지개혁을 할 것을 촉구했다. 수년 전부터 지방자치 권한을 확대해온 이 지역에서 이번 조처로 중앙정부와의 정치적 분리 주장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볼리비아 정부는 “불법적으로 취득되는 등 소유권에 문제가 있거나 경작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토지만을 재분배할 것“이라며 “이번 토지 개혁의 목표는 토지 소유권을 통제하려는 것이 아니라 농업 기계화를 촉진시켜 토지가 잘 이용되게 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토지는 1970년대 독재체제 아래 거래된 것이 대부분이다. 볼리비아 정부는 이미 10년전부터 100만㎢의 토지를 분배하는 작업을 하고 있으나, 목표로 하고 있는 토지 면적의 17%에 그치고 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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