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리조나주와 멕시코 소노라나주에 걸쳐있는 산루이즈를 가르는 국경선을 따라 설치된 국경도로에서 미국 국경순찰대 차량이 경계를 서고 있다. 애리조나 서남지역의 이 사막지대는 최근 몇년간 최대의 밀입국 통로로서 약탈과 폭력, 살인 등이 횡행했다. 산루이스/AP 연합
미 상원,멕시코 국경 담 법안 통과
프랑스 새법안도 언어등 요건 강화
프랑스 새법안도 언어등 요건 강화
나이지리아인인 이세 엘리자베스 알라비(29)는 지난해 6월 우체국에서 일하는 남편을 만나러 여행비자로 영국에 왔다. 2월에 쌍둥이를 낳은 이세는 심장에 통증을 느끼던 중, 다음달 비후성 심근증이라는 진단을 받고 병상에 누웠다. 의사는 심장이식 수술을 받아야 목숨을 건질 수 있다고 했지만, 개정된 영국 이민법은 그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새 법은 영국을 비롯한 유럽 출신은 심장 이식을 받을 수 있는 1순위 그룹으로 규정하지만, 나이지리아에서 온 이세는 2순위 그룹으로 분류됐다. 1순위에는 항상 100명의 환자들이 올라 있어, 2순위에 속한다는 것은 이식수술을 기약하기가 어렵다는 말과 마찬가지였다. 고통에 시달리던 그는 수술대에 올라 보지도 못한 채 지난 15일 눈을 감았다. 남편 아이오둔 아베는 “나는 영국을 사랑하고 이 곳이 공정한 사회인 줄 알았지만, 내 아내는 이곳의 법 때문에 죽었다”고 울부짖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18일 이세의 안타까운 사연을 소개하면서 그가 새 이민법의 희생양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영국을 비롯해 미국,유럽 등지에서 이민자의 권리를 축소하거나 이민을 까다롭게 하는 법안이 잇따라 통과되고 있다. 이들 나라는 국가의 안전을 위해 이민자 조건을 까다롭게 하겠다면서도 숙련된 노동자는 수용하겠다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17일 프랑스에서는 야당과 인권단체의 반발을 사 온 새 이민법안이 하원에서 통과돼 상원으로 넘겨졌다. 니콜라 사르코지 내무장관의 ‘선택적 이민자 수용’ 원칙을 토대로 만든 새 이민법안은 △프랑스어 테스트 통과 뒤 영주권 부여 △가족이민 조건 강화 △10년 거주자에 자동 영주권 부여 관행 폐지 △외국인 숙련 노동자 적극 수용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곧 프랑스의 문화를 이해하고 숙련된 기술을 가진 이들만 이민자로 받아들이겠다는 의미다. 이민법안의 반대자들은 이 법안이 학력과 빈부에 따른 차별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같은 날 미국 상원에서는 멕시코 국경지대에 595km의 3중 콘크리트 벽과 805km에 이르는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불법이민자 고용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긴 새 이민법안이 통과됐다. 2년 이상 거주한 불법 이민자들에게는 시민권을 부여하는 기존 이민법 조항을 삭제하자는 법안은 일단 부결됐지만, 지난해 하원이 불법 이민자를 범죄인으로 규정한 법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에 다음주에 있을 상-하원 조율 과정에서 불법 이민자 처리가 큰 쟁점이 될 전망이다. 한편, 전과 3범 이상의 불법 이민자의 경우 시민권 취득이 금지되는 법안은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미국 정부는 불법 이민자 1200여만명 중 4분의 3이 중남미 국가 출신이며,그들 대부분은 멕시코인으로 미-멕시코 국경을 넘어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하원은 지난해 말 멕시코 출신 불법 이민자를 막자며 1120km에 걸쳐 벽을 설치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부시 대통령은 지난 15일 미-멕시코 국경 지대에 주방위군 6000명을 투입해 경계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텔 등 아이티 업체들은 숙련 노동력에 대한 이민 문호 확대를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으며, 정부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 상원은 고숙련 전문직 노동자들에게 발급되는 H-1B 비자 발급건수를 내년도의 경우 현행 6만 5천건에서 11만5천건으로 갑절 가까이 늘리겠다는 제안을 한 상태다. 박현정 기자,외신종합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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