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차베스 회담…미국은 심기불편
과거와 현재의 ‘반미의 선봉’이 만났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17일 리비아를 방문해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와 회담했다.
최근 미국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는 차베스 대통령은 이날도 “우리는 ‘제국주의자’ 미국에 반대하며, 미국의 헤게모니에 반대한다. 전세계가 미국에 대항해 뭉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미국의 베네수엘라에 대한 무기금수 조처에 대해 “우리가 무기를 만들 수도 있고, 유럽·아시아·러시아·중국에서 사올 수도 있다”며 맞받아쳤다.
과거 대표적 반미 지도자였던 카다피 국가원수는 20년 전 미국의 폭격으로 무너진 귀빈용 터미널로 직접 나와 차베스를 환영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인 주요 산유국을 이끌고 있는 두 사람은 현재의 유가를 유지하는 방안과 북아프리카 국가들에 베네수엘라가 싼값에 원유를 공급하는 계획, 원유수익을 이용한 사회적 프로그램 등을 의논했다고 <에이피통신>과 <비비시>가 보도했다. 차베스는 현재의 유가가 “적정하다”고 평가했다. 다음 오펙 회의는 6월1일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열린다.
이날 두 지도자의 만남은 미국이 25년 만에 리비아와 외교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직후 이뤄져, 미국엔 불편한 상황이 됐다. 숀 매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 빈정거리는 말투로 “아마 카다피 국가원수가 차베스 대통령에게 대테러 협조에 대해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해, 두 사람의 만남과 차베스 대통령이 리비아에서 열렬한 환대를 받은 의미를 애써 무시하려 했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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