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 또 변명…목격자들 “탑승자 겨눠 총격”
지난해 11월 이라크 북서부 하디타 마을에서 미국 해병대가 민간인 24명을 학살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이는 가운데, 이번에는 아기를 낳기 위해 병원으로 가던 이라크 임신부가 미군의 총격으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임신부 나비하 니시프 자심(35)은 31일 오전 차를 타고 바그다드 북서쪽 사마라 지역 병원으로 가던 중 미군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함께 타고 있던 친척 살리하 모하메드 하산(57)도 미군의 총격으로 숨졌다.
차를 운전했던 나비하의 남동생 칼리드 니시프 자심은 “병원에 빨리 가려고 속도를 높이던 중 길가에 있던 미군이 총격을 가했다”고 말했다. 자심의 가족들은 “아기를 살리기 위해 사마라 종합병원의 의사들이 애를 썼지만 결국 실패했다”고 말했다. 사마라 주민들은 최근 미군들이 민간인들을 마구 죽이는 데 크게 분노하고 있다고 <에이피통신>은 전했다.
이와 관련해 미군 당국은 이날 “여성 두 명이 미군의 실수로 사망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이는 미군의 제지 신호를 무시해서 빚어진 일이라고 주장했다. 미군은 자심이 타고 있던 차가 2주 전에 봉쇄된 도로로 들어와 몇차례 경고신호를 보냈는데도 멈추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미군은 <에이피>에 보낸 해명서에서 “총격은 단지 차량을 멈추기 위해 가한 것”이라며 “사고 원인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남동생 자심은 “도로를 봉쇄했다는 사실은 우리 가족들이 살고 있는 사마라 외곽 마을에는 뒤늦게 전해졌다”며 “미군으로부터 어떤 경고도 받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사고 목격자들도 “미군이 차 안에 있던 임신부와 그의 친척을 겨누어 총을 쐈다”고 말했다.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는 1일 기자회견을 열어 미군의 민간인 사살에 대해 비판하고,미군과 공격 및 체포에 대한 기본 방침을 논의할 위원회를 구성하도록 요청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박현정 기자,외신종합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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