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자생테러조직 검거로 ‘혼비백산’
정부 ‘영장없는 도 · 감청’ 밀어붙일 기세
정부 ‘영장없는 도 · 감청’ 밀어붙일 기세
캐나다 청년들의 테러조직이 검거되면서, 이웃나라 미국이 ‘자생적 테러’ 가능성에 혼비백산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를 이용해 논란이 된 영장없는 도·감청을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
캐나다 경찰은 지난주말 남부 토론토에서 “사상 최대의 대테러작전”을 벌여 무슬림 청년 17명을 테러조직 구성 등의 혐의로 체포했다. 이들 청년들은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된 캐나다군 철수를 요구하며 캐나다 총리를 참수할 계획을 세웠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져 캐나다 사회에 충격을 던졌다.
용의자들은 이집트, 소말리아, 자메이카계이지만, 모두 캐나다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가진 중산층 캐나다인이라고 캐나다 언론이 보도했다. 경찰은 이들이 인터넷 등을 통해 알카에다로부터 영향을 받기는 했지만, 직접적 관련은 없다고 밝혔다. 5명은 18살 미만의 미성년이며, 지도자로 꼽히는 스쿨버스 운전수 카윰 압둘 자말(43)을 빼면 20대가 주축이다.
6일 이들이 보석 심리 날짜를 잡기 위해 처음으로 토론토 법정에 출두한 가운데, 피고인들의 변호인인 캐리 바타사르는 용의자 중 한명인 스티븐 챈드(25)가 “캐나다 총리의 목을 베려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바타사르 변호사는 검찰의 기소장에는 용의자들이 아프간에서 캐나다군 철수를 요구하며 의회 건물을 공격해 의원들을 인질로 잡고 총리를 참수할 계획을 세웠으며, 캐나다방송공사(CBC)와 전력망 공격도 모의한 것으로 돼 있다고 말했다. 용의자들은 휘발유와 섞으면 강력한 폭발을 일으키는 질산암모늄 3톤을 구입한 혐의도 받고 있다. 바타사르는 이런 혐의는 정부의 “공포 퍼뜨리기”라며, 이에 대한 증거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미국 언론들은 연일 이를 주요 뉴스로 보도하고 있다.
<시비에스(CBS)>와 <유에스에이투데이> 등은 알카에다와 직접 관련이 없이 서구 사회 안에서 지하드(성전)을 벌이는 ‘지하드 세대’가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언론들은 이들이 인터넷을 통해 알카에다의 선전과 훈련술, 폭발물 제조법들을 익히며, 이번에 체포된 캐나다인들도 파키스탄이나 중동의 알카에다 훈련기지가 아니라 토론토 북부 삼림지대에 자체 훈련기지를 마련하고 미국으로부터 무기를 반입했다고 전했다. 2004년 마드리드 열차 테러와 지난해 런던 지하철 테러에 이어 캐나다 사례는 모두 이런 새 흐름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미국 언론들은 미 연방수사국(FBI) 등 정부 관리들을 겨냥해 미국에서도 조만간 자생적 테러가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시비에스> 방송은 지난 11개월 동안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오하이오주 톨레도, 애틀랜타와 캐나다에서 4건의 테러 모의가 적발됐으며, 일부 관리들은 올해 안에 “큰 일이 생길 수 있다”는 예상까지 하고 있다고 5일 보도했다. 캐나다 경찰의 이번 검거작전에는 미국 정보기관이 긴밀하게 공조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미국 정부는 논란이 된 정보기관의 영장 없는 도감청을 밀어붙일 기세다. 미국의 존 볼튼 유엔대사는 6일 <폭스텔레비전>에 출연해 이번 캐나다 테러용의자 체포는 전화 도청, 인터넷 감시 등 2년에 걸친 경찰의 추적 끝에 이룬 성과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시민들이 정보기관의 도청행위는 사생활 침해나 정당한 활동을 감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테러조직을 색출하기 위한 것임을 이해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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