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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좌파 베네수엘라 ‘내일은 없다’ 오일머니 흥청”?

등록 2006-06-09 08:55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의 최신식 고급 바 `빈티지'의 최고급 보드카는 일요일 아침인데도 거의 다 팔려 나갔다.

또 한 쇼핑몰 내 LG 디지털 스토어와 `RCA 전자' 매장에는 소비자들이 몰려들어 TV와 냉장고 세트를 싹쓸이 해갔고, 빈티지 인근 시보레 자동차 매장에서 새차를 받으려면 8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고(高) 유가로 떼돈을 벌고 있는 베네수엘라가 `내일은 없다'는 식으로 오일머니를 쓰고 있어 유가가 정상을 찾을 경우 큰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빈티지의 주인 게라르도 페레이카는 베네수엘라의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이처럼 돈을 쓰는 것은 과거에 보지 못했다면서 "건설 노동자들까지도 돈을 받자마자 모두 써버리고 있다"고 말했다.

베네수엘라에 쓸 돈이 넘치는 것은 오일 머니가 국고로 쏟아져 들어오면서 정부 가 무료 교육과 의료 보호, 값싼 식품 제공 등 가난한 사람들의 현금을 늘리는 사회개발 프로그램에 과거 어느 때도 볼 수 없었던 지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각급 근로자들의 임금 인상과 사회 인프라 프로젝트도 베네수엘라 경제에 돈이 넘치도록 하고 있으며, 그 결과 베네수엘라인들은 점점 더 많은 소비를 하고 있다는 것.

문제는 지난해 9%나 성장했다는 `좌파 전도사' 우고 차베스 대통령 정부의 이런 장밋빛 지표가 추후 국가경제를 해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데 있다.

흥청거리는 소비가 지출에 의해 부추겨지는 경제의 기본적 제약을 가리고는 있지만 장기적인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지탱할 만한 새로운 투자를 생성하지는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라틴아메리카 전문 이코노미스트인 마이클 가빈은 "그 사람들이 경제를 후벼파면서 유가가 정상적인 수준으로 돌아올 경우 베네수엘라를 퇴보시킬 곳으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네수엘라 경제가 비능률적 생산성으로 인해 수년내에 어려운 상황에 빠져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고유가 때 지출을 많이 해 결국 국가 채무의 증가와 경제의 하강을 초래했던 70년대와 80년대의 잘못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것.

실제로 지난해 대외 직접투자는 29억 달러로 2004년(15억 달러)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했지만 지난해 베네수엘라가 끌어들인 외국인 투자는 1990년대 후반의 평균에 비해 30% 감소했다.

여기에 기업들은 투자를 하지 않아 카타르나 아랍에미리트연합의 경우 오일 머니로 빌딩을 건축하는 붐이 일고 있지만 베네수엘라에는 빌딩 건축도 없는 실정이다.

차베스 대통령이 `21세기 사회주의'를 부르짖으며 취임한 이후 기업들의 40%가 문을 닫았고, 올해 공장 확장이나 신축 등 장기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기업은 전체의 10%에 그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베네수엘라 경제가 9% 성장하고 올 1.4 분기 공공지출도 40%나 늘어났지만 일자리는 2%도 늘어나지 못했다면서 최소한 현재로서는 베네수엘라인들이 `내일은 없다' 식으로 소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래운 특파원 lrw@yna.co.kr (뉴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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