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미군 민간인 학살 노래
미국 해병대원으로 보이는 남자가 이라크 민간인을 학살했다는 내용의 노래를 부르고 있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돼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하지걸’이라는 제목의 4분짜리 동영상은 13일 익명으로 미국의 한 웹사이트에 올려진 뒤 급격히 유포되고 있다. 하지는 성지 순례에서 돌아온 이슬람교도를 지칭하지만 미군 사이에서는 이라크인을 모욕하는 단어로 쓰이고 있다고 <비비시> 방송이 보도했다.
동영상에 등장하는 남자는 녹색 티셔츠에 군복 바지를 입고 군화를 신은 차림으로 기타를 치며 관객 앞에서 노래를 부른다. 그가 부르는 노래 가사는 한 이라크 여성의 가족들을 총으로 학살하는 상황을 묘사하고 있고, 이 노래를 듣고 있는 관객들은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지른다.
미 해병대는 즉각 동영상에 대한 조사에 나섰으나,동영상에 등장하는 남자가 진짜 해병대원인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미 해병대 대변인 스콧 파제카스 중령은 13일 “이 동영상은 매우 부적절하고 해병대에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규범에도 위배된다”면서도 “(국방부 차원의) 공식적인 조사가 이루어질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워싱턴의 이슬람 인권단체인 전미이슬람관계위원회(CAIR)의 니하드 아와드 회장은 “최근 하디타 마을 학살 사건을 비롯해 이라크에서 미군이 벌이고 있는 잔학 행위 등을 고려해 볼때,미 국방부와 의회가 이 동영상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