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시카고 시어즈타워 등 대형빌딩에 대한 테러 공격을 모의한 혐의로 용의자 7명이 체포된 미국 마이애미 빈민촌 리버티시티에서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이 거리를 순찰하고 있다. 마이애미/AP 연합
뉴욕타임스 “수천명의 금융거래내역 등 감시”
영장없이 행정소환장으로 불특정 자료 접근
영장없이 행정소환장으로 불특정 자료 접근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국제금융거래 자료를 비밀리에 조사해 온 사실이 폭로됐다.
<뉴욕타임스>는 22일 중앙정보국이 9·11테러 몇 주 뒤부터 재무부의 감독 아래 ‘국제은행간 금융통신 중개회사’(SWIFT)의 기록에 접근해, 수천명의 미국인들과 미국 내 외국인들의 국제금융거래 내역을 조사해 왔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12월 미 국가안보국(NSA)이 미국인과 미국 내 외국인들의 전화통화에 대해 영장없이 무차별적으로 불법도청한 사실도 폭로한 바 있다.
‘국제은행간 금융통신 중개회사’는 은행간 국제적 자금결제 및 메시지 교환을 신속·저렴·안전하게 처리하기 위해 1973년 유럽 및 북미 은행들을 중심으로 벨기에에서 설립돼, 1977년부터 가동되고 있는 은행간 협동조합 형식의 정보통신망이다. 현재는 전 세계 202개국 9959개의 금융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이 기관에는 하루 평균 6조건의 금융거래가 거쳐가며, 자금결제도 하루 1100만건씩 중개된다. 이 기관의 자금결제정보에는 거래자의 이름과 은행계좌, 거래 내역 등 신분정보가 담겨져 있다.
‘24-7작전’이라 명명된 중앙정보국의 이 회사 데이터 접근은 특정 금융거래에 대한 법원의 영장이나 소환장 없이, 수백만건의 불특정 자료에 대한 행정적 소환장으로 이뤄져 왔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중앙정보국은 초기에는 거의 모든 자료를 넘겨받았고, 나중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와 미국간의 거래 등 특정 거래를 중심으로 조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 재무부는 2001년 9·11테러 직후 조지 부시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통해 테러조직의 자금줄 차단을 위한 주도적 역할을 부여받은 뒤, 국가안보국의 기술지원을 받아 중앙정보국이 국제금융거래를 감시하는 것을 감독해왔다. 부시 대통령은 이런 감시체제에 대한 브리핑을 직접 받았으며, 딕 체니 부통령도 중앙정보국의 시연회에 참석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 작전은 비밀리에 수행됐기 때문에 의회의 일부 의원들과 9·11테러 조사위원회에만 보고됐고, <뉴욕타임스>의 취재가 시작되자 추가로 일부 의원들에게 보고됐다는 것이다.
미 재무부는 중개회사가 금전을 직접 거래하는 금융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개인거래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의 저촉을 받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이런 비밀 불법조사를 합법화하려는 조처를 시도해 왔고, 2004년 말 미 의회는 미국은행들의 국제금융거래 정보를 요청할 수 있는 법령 제정 권한을 재무부에 부여하기도 했다.
신문은 또 미 행정부가 2003년 비협조적인 이 기관의 중역들과 일부 이사진을 워싱턴으로 불러 앨런 그린스펀 당시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과 로버트 뮬러 연방수사국장, 재무부 관리들이 나서서 전면적 압력을 행사했다고 폭로했다.
<뉴욕타임스>는 미 행정부가 국가안보국의 불법도청 취재 때처럼 보도 자제를 요청했으나, “국제금융거래에 대한 행정부의 과도한 접근은 아무리 신중하게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공익을 해치는 일”이라는 판단에서 보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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