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애국적 행위” 제재 추진
미국 행정부가 국제 금융거래 자료를 비밀조사해왔다는 사실을 폭로한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대해 미국 공화당 정권이 극렬한 비난을 가하며 제재를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이 26일 직접 나서 “국가안보에 해를 끼친 수치스런 일”이라고 비난의 포문을 연 이후, 공화당 강경보수파 의원들이 벌떼처럼 나서서 “비애국적이고 테러리스트들을 돕는 행위”라고 <뉴욕타임스>를 성토하며 제재를 을르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28일에도 “중요한 정보를 흘린 사람이나 이를 찍어낸 신문을 용서할 수 없다”며 공화 의원들이 추진하는 제재 조처를 두둔하는 입장을 취했다.
행정부와 공화당 의원들의 이런 공세는 지난해말 국가안보국의 불법도청에 이어 또다른 불법행위를 폭로하고 나선 <뉴욕타임스>에 대한 ‘악감정’도 배어 있다. <뉴욕타임스>는 불법도청에 대한 보도자제 요청을 받고 1년여 보도를 자제했지만, 이번엔 보도 자제 요청 두달 만에 보도했다.
피터 킹(공화·뉴욕) 하원 국토안보위원장은 “정부의 비밀을 보도한 편집진과 기자들을 ‘간첩죄’로 감옥에 집어넣어야 한다”며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존 헤이워스(공화·애리조나) 하원의원은 <뉴욕타임스> 의회 출입기자의 출입증을 정지시킬 것을 요구하는 편지를 동료의원들에게 돌리기까지 했다. 국가정보국은 팻 로버츠 상원 정보위원장의 요구를 받아 <뉴욕타임스>의 두차례 폭로기사가 대테러 활동에 미친 영향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하원은 29일 금융거래 추적을 지지하고 <뉴욕타임스>의 보도를 비난하는 공화당 쪽의 결의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28일치 신문에서 ‘애국심과 언론’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보도를 자제할 심각한 이유가 없다면, 기자가 취재한 중요한 정보를 국민들이 알게 해야 한다”며 “비록 비애국적이라는 딱지가 붙는 위험이 있다고 하더라도 국민들이 사태를 바로보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설은 또 “견제와 균형에서 벗어난 행정부의 이상비대 권력에 경종을 울리기 위한 보도였다”며 헌법의 중심에 선 언론의 자유를 위해 의연하게 맞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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