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박빙 접전속 2일 투표 돌입…여론조사선 좌파우세
석유산업 외자유치 싸고도 좌-우파 주장 엇갈려
석유산업 외자유치 싸고도 좌-우파 주장 엇갈려
중남미 좌·우파 판도를 좌우할 멕시코 대통령선거가 초박빙의 접전 속에 치러지고 있다. 2일 오전 8시(한국시각 2일 오후 10시) 투표를 시작한 이번 대선에 대해선 멕시코와 3200㎞의 국경선을 접한 미국 정부와 언론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지난 6월20일 최종 여론조사에선 중도 좌파인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52) 전 멕시코시티 시장이 36.5%의 지지율로, 32.5%인 우파쪽 국민행동당(PAN)의 펠리페 칼데론(43) 전 에너지 장관을 앞지르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오차범위 내여서 결과를 장담하긴 힘들다는 게 대다수 분석가들의 전망이다.
멕시코 역사상 가장 치열한 대선으로 꼽히는 이번 선거의 핵심 쟁점은 단연 경제다. 당선자가 누구냐에 따라 멕시코와 남미 경제는 물론, 미국과의 관계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가난한 자들의 후보”를 자처하는 오브라도르는 빈곤층 소득 향상과 국가의 경제적 역할 강화, 연금 인상, 가스, 전기료 인하, 무상 의료, 교육·주거 개선 등의 정책을 내놓았다. 하버드대 출신 변호사로 “일자리 대통령”을 내세우는 칼데론은 기업 투자를 늘려 일자리를 창출하고, 시장 개방과 소득세 감면을 취하겠다고 공약했다.
오브라도르가 당선되면 원점부터 재검토해 재협상에 나서겠다고 공약한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도 큰 쟁점이 되고 있다. 멕시코의 수출은 2005년 2127억달러로 나프타 발효 직전인 93년 518억달러에 비해 4배 이상 늘었고, 전체 수출에서 미국 시장 비중도 85.7%를 차지한다. 외국인 직접투자도 2033억달러로 연평균 185억달러에 이르렀다. 그러나, “미국을 향해 몰려가는 멕시코 불법입국자 행렬이 보여주듯 거시지표가 좋다는 것이 삶의 질이 나아졌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비비시>는 전했다. 1994년~2005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연평균 1.43%로 거의 늘지 않았다. 농업 부문에선 일자리의 30%가 사라졌다.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빈곤선 아래서 살고 있다. 이 때문에 오브라도로의 공약은 5백만 농민들의 강한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 교역의 85%를 의존하고 있는 상태에서 과연 재협상까지 갈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오브라도르는 최근 아르헨티나 언론과 인터뷰에서 “아르헨티나나 브라질, 베네수엘라, 볼리비아와 달리 우리는 미국과 국경선을 맞대고 있고 2천만 멕시코인이 미국에 살고 있기 때문에 미국과 상호존중하는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며 “신중한 대미 정책”을 원한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는 멕시코 석유산업의 미래와도 맞물려 있다. ‘석유산업 국유’가 헌법에 명시돼 있지만 최근 재계에선 외국 투자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칼데론 후보는 외국기업 투자를 허용해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오브라도르는 외부 투자에 반대하면서 경영 개선과 정부 투자 확대를 주장한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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