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당 승부…미세한 득표차…개표논란…
2일 치러진 멕시코 대선이 유력한 두 후보 가운데 당선자를 확정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빠져들면서 2000년 미국 대선 직후와 같은 정치적 혼란이 빚어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두 나라의 선거 방식은 다르지만, 유력한 두 후보의 대결, 미세한 득표율 차이, 개표 논란이라는 상황이 매우 유사하다는 것이다.
멕시코 대선은 여당인 국민행동당(PAN)의 펠리페 칼데론 후보가 1%포인트 안팎으로 좌파 성향의 민주혁명당(PRD)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후보를 앞서는 접전 양상을 띠었다. 2000년 미국 대선에서도 조지 부시 공화당 후보와 엘 고어 민주당 후보가 박빙의 승부를 펼쳤다.
2000년 당시 전국 총득표에서 부시 후보에게 35만여표를 앞서고 있던 고어 후보는 플로리다에서 부시 후보에 1784표 차로 뒤졌다. 이 표 차는 총 투표의 0.5% 이내였기 때문에 즉각 대통령 당선자가 발표되지 못하고,플로리다 선거법에 따라 자동적으로 재검표가 결정됐다. 고어 후보는 모든 표를 재검토해야 한다며 개표 시한 연장을 요구했으나, 연방대법원은 개표를 중단시키고 부시 후보가 537표 차이로 승리했다고 판결했다. 승리를 장담했던 고어 후보는 결국 이를 받아들였고, 35일 간에 걸친 개표 혼란은 막을 내렸다.
이번 멕시코 대선에서도 두 후보는 서로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 후보가 미세한 차이로 패배할 경우 선거 불복 사태가 빚어지고, 재검표 논란으로 인한 정치적 혼란이 길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로스엔젤레스타임스>는 “접전을 펼치고 있는 멕시코 대선 결과는 오랜 부패와 독재의 역사를 가진 멕시코의 민주주의를 시험하는 잣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멕시코 대선이 멕시코의 정치적 진로를 결정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는 점도 2000년 미국 대선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부시 후보의 승리는 미국 신보수주의의 득세를 가져왔다. 이번 멕시코 대선에선 좌우파 후보의 치열한 대결이 펼쳐졌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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